by
jack split
Oct 19. 2020
가을이 왔다.
이미 산책하는 숲길에는 떨어진 낙엽 때문에 쓸쓸한 분위기로 가득 찼고, 길고양이라도 만날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라기까지 할 정도다.
"가을바람은 빈둥거리는 자에게는 쌀쌀하지만 일하는 자에게는 쾌적함을 선사한다."
정말이지 그런 것 같다.
책 속에서 만나는 문장에서 어떤 깨달음이 있다면 그날 하루는 헛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중의 하루이지 싶다.
사물이나 사건은 현상(現像) 자체로서는 한 가지 일(事)이라 할 수 있지만, 그 현상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각자의 차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받아들여진다.
게으른 사람과 부지런한 사람이 느끼는 가을바람이 다른 것처럼, 많은 현상들이 각 사람들의 생각이나 입장, 한층 더 나아가 숨겨진 의도나 욕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문제는 이 다른 해석이 살아 있는 생명체 마냥 시간에 따라 더욱더 다양한 관점과 주장을 낳게 되어 서로 협력하고 도와도 부족할 상황에서 갈등과 다툼이 일어나 세상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정치와 이념을 지극히 조심하는 나로서는 이 가을바람에 대한 두 가지 느낌이 나로 하여금 더욱더 정치와 이념을 더 멀리하라고 일컬어 주는 것 같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가을바람을 느끼며 갈등과 불만을 말하고 싶진 않다.
어떤 누군가가 그저 가을바람에 대한 소박한 생각을 적어 놓았을 뿐인데, 그것을 보고 뭐라도 하나 더 남겨 보려 하는 내 마음의 욕심은 버려야겠지..
한자(漢字)가 많이 들어간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식(識)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그래 봐야 일개 회사원일 뿐인데...
가을바람을 따라 겨울이 온다는 것을 수십 번을 겪은 나이인데도 뭐가 그리 아쉽고 불만스러운 게 많은지, 뒤늦은 부끄러움은 오로지 나 때문이다.
가을바람이 불면 조금 빠른 걸음으로 산책을 해도 되는데, 여름에서 헤어나지 못한 내 게으름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바람에도 그저 천하태평이구나.
쌀쌀한 가을바람이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알리며 조금 서둘러 움직이라고 하니, 그에 맞게 올 한해 동안 했던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마무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