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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記述)] 모난 돌(feat.낭만닥터 김사부)

착한 아이 증후군

by 동그라미

나는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는 일을 즐기지 않는다. 다만,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를 만나면 며칠밤을 새면서 뒤늦게 정주행을 하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책이나 드라마, 영화에 있어서 나만의 취향이 뚜렷한 편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있어 나름의 고집이 있다.(가령,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더 좋아하고 고집하는 것과 같은...)


뉴스 기사를 훑어내리다가, 몇 년 전 흥미롭게 보았던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 2>가 나온다는 기사를 보았다. 난 드라마를 보고 시간이 흐르면 작품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기억못하고, 대사나 그때 향수가 더 짙게 남는다. 문득, 2016년 겨울의 냄새가 났다. 여느 해나 그렇듯이 추워지면 철학병이 걸린다.(기점은 대략 11월쯤부터이다.) 철학병이란, '삶'이나 '나'와 같은 근본적이고도 추상적인 것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약이 없는 병이다. 2016년의 겨울에도 나에 대해 고민하며 시름시름 앓던 와중에 드라마에서 흘러나온 대사가 내게 처방약이 되었다.


"난 말이야, 두리뭉실한 돌보다는
모난 돌을 더 선호하는 편이야.
모가 났다는 것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이니까.
그런 게 세상이랑 부딪히면서
점점 자기 모양새를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지
그냥 뭐 세상 두루뭉술하게 말고! 에지 있게!
자기의 철학, 자기의 신념이라는 것을
담아서 자기 모양새로 말이야."


사실 고집도 있고, 누구보다 색깔이 뚜렷하던 나였다. 남 눈치를 잘 보지 않고, 한 뼘짜리 치마를 입고 머리를 레게처럼 땋아 다녔으며 배꼽에는 피어싱을 했었다. 이런 복장 자유로워보이지만 알고보면 보수적인 대학교의 수업을 들어갔더랬다. 이런 나를 남들은 특이하게 본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기 시작했다. 최대한 둥글게, 돌려가며 굴려댔다. 사람들 사이에 숨어들면 찾을 수 없게 무채색으로 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착한 아이 증후군에 걸렸다. 솔직한 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남을 의식하는 착한 아이가 되기로 타협했던 것 같다. 문득 바라본 30대의 나는 둥글려진 돌 같았다. 완전하게 둥글지도 못한, '둥글고 싶은 돌' 말이다. 순간, 씁쓸했다. 착한 아이도 둥근돌도 되지 못하고, 노력해 왔던 시간이 아까웠다. 이제라도 나만의 모양새를 찾기로 결심했다.


나만의 철학과 신념으로 칠해진 '모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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