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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記述)] 울타리

안의 울타리에서 밖을 보기 위한 울타리로

by 동그라미

얼기설기 엮어놓은 나뭇가지는
내 세상의 전부이고,
삐거덕거리는 문도 하나 없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초라하다.

자갈로 틈새를 매운다.
이내 곧 떨어진다.

벽돌로 쌓은 담벼락이라면,
바람도 돌도 막아줄 만큼
견고하여 고민스럽지 않으리라 생각에
부러움에 몸서리치던 나날이었다.

쌓아 올라가는 담벼락 안이 보이지 않는다.
담벼락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없다.

담벼락은 넘지 않으면
옆을 볼 수 없고,
하늘만 바라보며 오르기를 희망한다.

단단하지만 답답하고,
든든하지만 헛헛하다.

나뭇가지 울타리는
틈 사이사이로 보이는
저 먼 세상을 염탐할 수 있고,
바람 타고 온 향기와 온도를 느낄 수 있다.

그 자리에서 둘러보니
이내 아늑한 공기로 오롯하다.

새의 집으로 내어줌에
함께함이 정겹다.

떠오르는 해가 나뭇가지에 스친다.
내게로 날아오는 별비로 설렌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머금었다 뱉는다.
지는 노을이 울타리에 걸린다.

허물어질 수도 있는 두려움이
허물 수 있다는 용기가 되고
그 온전치 못함이 견고함으로 변한다.
그렇게 비로소 탄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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