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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우 Jun 19. 2020

일어서는 사월

2020.04.19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학교에서 집회를 열어 기념하고 싶었다. 그날은 4월 19일이었다.



입시지옥에 친구들이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지던 때다.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보며 많은 고교생들이 눈물을 훔쳤다. 그런 우리를 아끼고 격려했던 전교조 선생님들은 참교육의 교단에서 쫓겨나 어려운 생계를 이어갔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엽서와 개량한복 같은 재정사업 물품을 사주는 것이었다.


그런 우리는 집회를 열고 싶었다. 그날은 1991년 4월 19일이었다. 민주주의가 뭔지 어렴풋이 알게 된 시절, 군사독재 아래 학생자치권은 엄두도 못 낸 학교의 현실을 뒤집고 싶었다.



나는 학생회장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으로 나아갔던 4.19 혁명의 그날을 기억하려고 했다. 주변인이 아닌 성숙된 인격체로서 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주역으로 일어선 선배 고등학생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했다.

그러나 그날 4.19 혁명 기념식은 학교 측의 방해로 열리지 못했다. 잠시나마 좌절했지만 오히려 거사를 함께 준비한 우리의 마음은 한층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1991년 5월 강경대 열사 투쟁을 맞는다. 시험을 치는 둥 마는 둥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거리로 달려갔다. 역사의 현장에 또 다른 주체로 당당히 서던 순간이었다.


 

나에게 4.19는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을 가르쳐 준 기록이다. 삶의 독립된 인격체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깨우쳐 준 역사다.

오늘은 4.19 혁명 60주년이다. 국회의원 선거 결과로 정치지형이 변했다. 적폐세력을 궁지에 밀어 넣었으나 진보정치는 아직 언 땅에서 서성이고 있다. 여전히 잔인한 4월이지만 그래도 민주주의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민주주의를 위해 혁명의 제단에 목숨을 던진 열사의 영전에 깊이 고개 숙인다.

아침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일어서는 4월'을 몇 번이나 돌려 들었다. 가슴이 울컥해진다. 여러분들도 한번 들어보길 권유하며.



ㅡ 

저 강물은 흐르는데

우리 어찌 죽었다 말하리

밀려오는 사월의 그날을

진달래 향기는 이리도 붉은데

굽이치는 물결 위로

그날의 그 함성 되살아 솟구쳐

일어서는 사월 오늘은

진달래 그 향기 파도쳐 오리라

저 강물은 흐르는데

우리 어찌 끝이라 말하리

들려오는 빛고을 총성을

순결한 목련은 이리 눈부신데

굽이치는 물결 위로

그날의 그 함성 되살아 솟구쳐

일어서는 사월 오늘은

목련꽃 그 향기 파도쳐 오리라

진달래 그 향기 파도쳐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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