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그대의 사랑스러움을
어르는 그를 보면, 문득,
그대를 제처 두고
사랑에 빠진 그 자신을
달콤해하는 그를 볼 수도 있다
<너를 사랑하는
내가 사랑스럽다>는
그의 사변(思辨)이다
무슨 느낌인가 싶지만,
그의 사랑을 받을 뿐
그대를 사랑하는 그의 사랑 속에
정작 그대는 들어갈 수 없다
마치 그대가 본
그의 사랑스러움이
그의 것이 아니라
사랑스러움을 읽은
그대의 것인 것처럼
사적(私的)이다
사실, 그대와 그가
그대에 대해 아는 것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하기가
쉽고, 달콤하다는 것이
생뚱맞은 이야기는 아니다
포장의 역할은
그것을 풀기 전까지이다
역설적으로,
<그를 잘 안다>는 건
그대가 하려는 사랑의
가장 큰 적이다
One half of the world cannot understand
the pleasures of the other.
---Jane Austen, <Emma>
세상의 절반은 다른 반쪽의 즐거움을 이해할 수 없다.
--- 제인 오스틴의 <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