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우리가 오늘 사랑을
말해야 하는 까닭은
사랑에 질릴 염려가
가장 많은 날이 오늘이며,
사랑에 빠져 있기
가장 좋은 날이
오늘뿐이기 때문이다
어제 나눈 사랑은 때로
오래된 이야기이고
내일 할 사랑은
어제가 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사랑이다
오늘 그를 사랑하듯
내일의 그도 사랑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나무랄 것 없지만,
사랑이 사랑하기로 마음먹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한
그 다짐은 무책임하다
우리가 아는 내일은
그저께의 다음날뿐이다
<사랑해!>
따져보면, 이 말은
죽어감으로써 사는 우리가
오늘밖에 할 수 없는 말이다
미련한 그가 이 세상
엉뚱한 곳만을 헤매면서 아직
그대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이 글을 읽는
그대 자신에게라도
사랑을 말해준다
<사랑해!>
혹시, 지금 그대가
길을 나설 짬이라면,
그대가 신고 나갈 신발을
내려다보며 말해도 좋다
<사랑해!>
처음이라 생경하겠지만,
입에 발린 말이라도
사랑을 말해주기 전과는 달리,
그대 자신이 더욱 사랑스럽고,
그대의 신발이 그대의 발을
좀 더 적당히 감싸주는
야릇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대 마음대로 사랑하는 즐거움이다
혹시 이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대가 너무 이기적이거나
사랑하기엔 어린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