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기 가운데 사랑에 없어도

모르면아픈사랑Q

by 어뉘


보기 가운데, 사랑하는 데에 없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가. 조우
나. 배려
다. 이별
라. 사랑








부스럼:

사랑이 영원할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랑이 영원하지 않음을 인지하지 않고는 생기지 않는 바람이다. 그러나 사랑 자체는 영원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조우>는그래서 필수적이다. 일상 경험이 아닌 탓에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켜 도취와 환희를 주는 게 사랑이다.


사랑에서 <배려>는 자발적, 의식적인 배려와는 다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전형적인 심리 기제이다. 한 마디로 그가 별 의도 없이, 또는 그 자신을 위해 한 행동이 그대에게는 그대를 위한 의도적인 <배려>로 인식되는 것을 말한다. 사랑에는 이런 불합리한 착각이 따라다닌다. 대화에도 두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맥이 생긴다.


너: 많이 기다렸지?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나: 사고가 났나 걱정했어. (나도 그랬는데.)


그게 문제에서 말하는 배려다. 그러나, 친절과 혼돈해서는 곤란하다. 친절은 의식적인 배려이다. 결국 그런 친절함은 그대 자신을 피곤하게 한다. 배려는 자신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상대에게 배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최상의 것으로, 사랑에는 필수적이다.

흔한 것 같지 않지만, 사랑에 빠진 이들이 이 <배려>를 느낀다. 이 배려 덕분에 두 사람은 서로 맥을 느끼게 되고, 곧잘 솔메이트라느니, <어쩔 수 없는 인연>이라거나 <전생의 연>을 입에 담는다.


사랑하는 이들이 <이별>을 상정하기는 어렵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것에서, 또한, 언제든 남남으로 남겨질 수 있다는 무의식적 두려움에서 애틋함과 달콤함이 짙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언제든 이별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이 좀 더 애틋함을, 서로 사랑하지 않아도 좋은 자유가 좀 더 달콤함을 가져오며, 오늘 끝날 사랑을 내일로 넘길 수 있어 오늘 밤이 마구 포근할 수도 있다.

사랑은 삶의 과정에 고정된 행사는 아니다. 그 안에서 조우하거나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이벤트, 혹은 해프닝이며, 삶에서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사랑이다.


라의 <사랑>을 문제의 정답으로 보는데,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는 사람이 아직 없다. 사랑이라고 우겨도 누군가에게는 사랑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꼭 답을 찾는다면,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이라 느낄 때 누가 뭐라고 해도 그에게는 사랑인 게 분명하다. 따라서 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의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언제 그대를 만나게 될 줄 알아 사랑을 준비하고 다니겠는가. 사랑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이는 없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사랑하는 데에 사랑은 그다지 필요가 없다는 것이 된다. 현실적으로 사랑이 가능해지는 건 사랑의 유무에 따라서가 아니라, 사랑받을 그대의 존재 여부에 따른다. 그대가 그의 사랑을 만든다. 그대가 사랑 공장인 거다. 사랑은 없어도 좋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대가 사랑을 만들고, 동시에 사랑을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그가 변했다고 느낄 때는 그대 자신이 변하지 않았는지 새길 일이다. 그대를 사랑하던 그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은 그대가 사랑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를 탓하기 쉽지만, 그로 하여금 그대를 사랑하게 한 건 그대다. 그 사랑이 뭔가 변했다면, 그대가 변한 것이기 쉽다.



딱지: 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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