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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Nov 23. 2016

놔둬도 좋은 착각

혹은누군가를위하여 I


놔둬도 좋은 착각



그가 그대를 사랑한다면

그에게는 당위가 생길 거예요

이윽고 그대만 곁에 있으면

죽어도 좋다는 느낌에

둘러싸이게 될 것이거든요


좀 낡은, 낭만주의 시대의

감정이 아닌가 싶을 테지만,

사랑이란 것이

문화나 철학적 혜택이 없는

감정이잖아요


심리학자는 뭐랄지 모르겠는데,

그대가 무조건 그 자신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

우길 거란 말이에요


그로서야 자신은 살아 있는데,

사랑스러운 그대만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겁나는 거겠지요

이건 이해하겠지요? 그런데,


왜 하필 죽음인지 모르겠어요

느닷없이 죽음을 생각하고는,

그대에게 해줄 수 있었는데

못한 일로 시달리고 싶지 않은 걸까요?

하지 않은 일이 많은 것보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것이

더욱 삶을 괴롭히는 법이니까요


게다가 사랑의 깊이라는 것도

사랑을 하는 이의 죽음에서

가장 쉽게 배우게 될 거라고,

그 자신이 먼저 죽은 그림이

더 나을 거라고 주장할 거거든요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증명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건지, 원...

한심하기도 하지만, 사랑이

유치하다고 했잖아요


혹시, 그런 그를 보고 나면

그대마저도 그를 먼저 보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괜히 달콤해져서 말이에요


서로의 사랑이 하나라는

착각의 시작이지만, 놔두세요

사랑이 마약인 거지요

착각 자체는 거짓 없는 순수여서

다른 사람은 비난할 수 없는 데다,

흔치 않은 경험이잖아요


(사족, 연애를 사랑과

동일선상에 두는 것은

그냥 두면 안 되는 착각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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