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회의적 시각

사랑엔 중고가 없다

by 어뉘


쓸만한 회의적 시각




등돌린 그의 사랑을

회의적 시각으로 보면,

그대가 그대의 삶에서

버림받을 수 없듯이

그가 그대를

버릴 수 없다는 게 보인다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의 실토는, 사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고백과

같은 선상에 있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사랑하는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눈을 마주 보며 말해보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즉시 확인할 수 있을 테다

(뺨 맞지 않도록 조심하고...)

사랑하지 않으려면,

우선 사랑해야 한다


<헤어지자>는 같잖은

이별사에 비해

<사랑하지 않는다>는 서사는

씁쓸할 터이지만

상대적으로 유쾌하다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의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그의 진솔함이 담긴 거다


헤어지자는 그는

사랑을 빙자해

그대를 쓰고 버린

인간으로 남기 쉽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는

적어도 그대를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 터다


그의 사랑은 오롯이

그의 문제이고,

헤어짐은 그가 그대의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궤변인 것 같다고 해도

크게 아니라고

반박하기는 힘들겠다

그대도 해봤으니 알겠지만,

사랑엔 사랑하는 이들이 만드는

그들만의 궤변이 있다

그래도, 이 사변(思辨)은

어떻게 해야

그대가 되도록이면

큰 아픔 없이

사랑을 즐기게 할까

고민한 결과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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