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사랑한다면,'
그의 말에 주늑들어, 또는
그런 그에게
그대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그가 바라는 대로 따라야 한다면
그대는 허접한 연인이며,
거꾸로, '사랑하는데 그 정도는'
좋다는 그대는 그에게 일같잖다
'사랑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것은
그가 그대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갖가지 아이러니를
가진 게 사랑이지만,
그대가 그를 사랑한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그도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다
동정과 섞지 않는 한
사랑을 조건으로 쓸 수 없고
섞인 동정은 마음의
사기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사랑하기에
그대를 희생한다는 건
대개 자기 합리화한
동정에 지나지 않으며
그대 자신이 사랑을
구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인데,
문득 그가 사랑을
구실로 삼는다면,
냉정해도 좋지 않을까
그대들의 사랑이
지저분해지기 전에
아무리 아쉬워도 그를
버리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것만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원래의 그대 자신으로 남는 거다
그가 그대를 사랑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대가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뿐임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서둘러 닦아내고 싶은
비애를 겪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