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주기
어떤 슬픔이든, 우리는
내일을 기다리게 하지 않으며
어제의 슬픔에는
추억이라는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복한 때뿐인가 싶다
오늘을 비난하는 건
바보라는 거다
말밥으로 즐기기 위해
과거를 들먹여도 좋을 때는,
적어도, 현재가 잘못되었다고
우기는 수단으로 쓸 때가 아니다
현재는 과거가
예정하지 않은 것이며,
동시에 미래도
보장한 적이 없다
(현재가 미래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그 개연성을 빼면
즐겁게 동의할 수 없다
뜨거운 커피 한잔을
서둘러 마실 짬만
숨을 쉬지 못해도
죽음에 이르는 인간으로서
그 개연성의 정도는
미시적으로 봐야 할 듯싶다)
우연의 연속, 그것이
우리를 어디에 데려다 놓을지
아는 이가 없고, 그래서 그것 만큼
오늘을 설명하기 좋은 말이 없다
오늘이 우리가 과거에 그렸던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면,
미래 역시 오늘 탓이 아닌 게
분명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오늘을
비난하는 것은 바보스럽다
한가위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