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사랑을 멈춘 뒤
사랑하던 사람을
제대로 보게 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선, 맨 정신에도
그대가 여전히 착각에
빠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착각에 빠지는 것이
나쁠 수는 없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하며,
정언적 순수가 거기 있다)
그의 사랑스러움을
의심하지 않고,
심로(心路)를 따르면
사랑이 달콤한데,
그 달콤함이 그를
사랑해서 얻은 것일 뿐
그의 사랑스러움에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는 걸 배운다
또 한 가지,
사랑에서 벗어나자
지금까지 그와 그대의
사랑을 위한 배경이나
도구로 여겼던,
이제는 <너>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그들을 볼 수 있다
<하필이면, 왜 그였을까>
그대가 사랑에
구속되어 있었으며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인데, 그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그대가
잊고 있던 자유,
그대에게는 원래
그를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부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자유는
그를 사랑할 자유와
맞닿아 있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요소라는 걸 배운다
그 모든 것은 오직
능동적으로 사랑했고
더는 사랑하지 않을 때
겪는 이야기다
사랑을 받는데 익숙했다면,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