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갖기

사랑엔 중고가 없다

by 어뉘


오래 갖기




늘 죽음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게 우리이지만

겸손한, 또는 무소유를

즐기는 사람은 오히려

가진 것에서가 아니라

잃을 게 있다는 자각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겠다

아마도 법정의 삶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실, 잃을 게 있으면

가진 게 있다는 것이고

그 가진 것은 아직

잃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배타적인 지배하에

두고 있지만

불상의 이유로

그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


사랑을 갖고 있으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도 있다고 본다

품고 있다고

그대 것이 아니며, 기실

품은 건 사랑이 아니다

정념에 불과하다


사랑을 버리라는 것은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대 자신을 위해서다


속이 비어야 배가 고프다

산다는 건 그 빈속을

채우는 거다 그 방법은

빈속이 가르쳐준다

사람 사는 세상의

상식적인 이야기다


사소한 몸짓에서도

사랑을 읽어낼 줄 아는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요람에서 간신히 벗어난

아이에게서도 볼 수 있는

우리의 정념은

이미 가진 사랑보다

갖지 못한 사랑에 더욱

애틋해하는 법이다


잃을 수 없는 사랑이려면,

그래서 늘 애틋하려면

채우는 일만 남도록

사랑을 털어 버린다

물론 그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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