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세상에 너밖에 없니?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야
더 달콤한 사랑을 할 거야
보란 듯이 살 거야
언젠가는 후회하게 해줄 거야>
사랑하던 이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을 때,
우리는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훗날 이야기이다
복수는 당장,
즉각적인 게 즐겁다
더구나 그런 복수는
훗날의 그때
그의 가슴 어딘가에
그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어야 비로소
맛을 제대로 낼 터이며,
그의 가슴 한 구석에
어떤 의미로든 살아남으려는
그대 자신의
서글픈 앙금을 느끼면
오히려 회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리 로랑생이
<가장 가여운 여자가
잊힌 여자>라고 읊은 것처럼
그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함부로 잊는 것도
복수가 되지는 않을 터다
왜냐하면, 그대를
사랑에 빠뜨렸던 그는
그대의 분별력을 흐릴 정도로
매력적이어서 그대를 다시
사랑에 빠뜨릴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잊으려는 노력이 도리어
미련한 복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인데,
그를 식은 커피
홀짝이며 내다보는
유리창 밖
행인 1 또는 행인 2로
치부하면 어떨까
화가인 마리 로랑생의 시를
오마주 해서 말하면,
<가장 가여운 이는
잊을 필요도 없는 이>로
그대 안에 남은
그를 버려두는 거다
여타 동물과 달리 우리는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할
하릴없는 객체로 남겨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종(種)이다
무플이 최악의
악플이란 말처럼
루쉰이 자신의 책,
<납함>의 서문에 쓴
*적막을 던져주는 거다
그에 대한 그대의
완벽한 무심,
가장 고상한 복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적막(寂寞):
루쉰이 자신의 책,
<납함>의 자서에 밝힌
독특한 느낌을 지칭한 단어.
자신의 견해를 밝혔지만,
호불호, 가타부타가 전혀 없는
대중의 무반응에
벌판에 버려진 듯한
슬픔을 느낀 그는
그 깊은 슬픔을
<적막>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