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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Sep 13. 2018

사랑 재활용

생각편의점


사랑 재활용




받고 싶다면, 먼저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세상에 던져져 <나>를 의식한 이후 누군가로부터 포옹과 포용을 갈구하는 것은, 그대가 그랬듯이 그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무심을 그대가 안타까워하는 건 그가 시킨 게 아니다. 그대 역시 누군가에게 무심한 인간이었을 터다. 그대도 누군가를 누군가로 남겨두고, 그가 어떻게 느꼈을지에 대해 마음을 끓인 적은 없지 않은가.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지 않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대의 감정이 찰나였을지라도 머물렀던 수많은 <그>와의 사랑은 그대가 시작하고, 그대가 끝낸다는 것을 배운다. 그가 사랑을 멈췄다면 그의 사랑이 멈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침내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인 후, 그대가 멈춰야 사랑은 끝난다. 그럴 수 없다면 그대는 자존감의 이력을 살펴볼 일이다. 그에게도 그대에게도 사랑이 아니었던 걸 사랑이라고 매달린 건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그가 먼저 등을 돌렸다 해도 그것을 그대의 그림자가, 또는 무의식적인 그대 자신의 몸짓이 그에게 요구했던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사랑이다.) 


어느 시대이건 사랑받으려는 건 가장 미련한 바람이었다. 그가 그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을 어쩔 수 없듯이, 그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의 여유는 그대가 사랑할 줄 아는 것에서 주어진다. 사람살이에서, 사랑을 하기보다는 사랑받기 위해 앓던 이들의 하릴없던 집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랑을 일깨우는 것과 구걸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정도는 가슴에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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