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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Mar 21. 2018

미움은 그대를 악의로 즐긴다

생각편의점


미움은 그대를 악의로 즐긴다




악의와 증오는

품고 있는 것 자체를

즐겨야 하는 것들이다


결말을 미칠 듯이 찾은 후

그 결말이 주는 기쁨과 함께

가슴에 스며드는 자괴감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하는 것이 즐거운 게

사랑이기에 누구나

즐길 듯한데도

그대에게 구태여

<사랑하라> 하는 것은

그대 주위에는

사랑할 사람보다

미워하게 될 사람이

더 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사랑할 사람은 인연으로,

미워할 사람은

업으로 오기 때문일까 싶어도

사랑은 나를 즐기면 되지만,

미움은 <그>가 없으면 즐길 수 없다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탓에

그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대의 마음속에

그에 대한 사랑을 앗아간 이유로

그를 미워하는 게 낫다


삶은 <내>가 쓰는 시간만으로

채워도 짧다고 한다

그 시간 가운데 내가 내 마음대로

쓸 수 없게 하는 것이 미움의 시간이다


미움에는 그래서, 가시적 성취를

기대하지 않기로 하자

미움에 휘둘리기보다

미움 자체에 의미를 두는 거다


미움이 뭔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다른 모든 것에의

기대와 똑같이 그대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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