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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Sep 05. 2018

그리고 시간

생각편의점


그리고 시간



갈바람인 듯하다

별 것 아닌듯한데,

하다 하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에 시달리다가

하얀 밤을 보거나,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그저 맑은 가을 하늘을 보다가

눈시울이 젖어올 때도 있다


모두 시답잖은

한때로 여겨도 좋지만,

시간의 사슬로

이루어진 게 삶이고

죽음을 걸러낸 흔적이 순간들이다


온 삶을 버릴 수 있어도,

순간을 건너뛰는 재주는

갖고 있지 않기에

시간을 흰 눈으로 보며

괜히 세월을 들볶으며 산다


어떤 순간을 이어가든

아뭇소리 하지 않는 시간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동안

무엇으로도 오손되지 않는

그 순수와 비가역성을

즐길 수밖에 없다

아니면, 이 생에서

제대로 행복하기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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