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자의,
가끔은 여자의 이야기

사랑엔 중고가 없다

by 어뉘
w-040


'왜'라는 말은 기호(嗜好)를

설명할 때 쓰이는 어찌씨로

사랑을 할 때 쓰일 말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 그는

철저한 이성적인 사유로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이 가진

그대에의 불가피한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왜'를 쓰고 싶어 한다


그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랑하고 싶은 건데,

그의 논리에 대해

그대가 뭐라 할 건 없다


그 자신의 이성이 찾아내는

그대의 매력에 대해,

그대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그대가

'왜' 그를 정신 못 차리게 하는지를

눈을 반짝거리며,


어떻게 그럴 수밖에 없는지

확신을 가진 말투로

때로는 신기하다는 듯이

앞뒤가 딱 맞는 자기 논리를 편다


그럴 때면, 그대만의 오롯한 매력이나

그대의 순수한 사랑스러움은

그의 관심이 아니다

그의 이성(理性)이 사랑에 빠진 거다


인간이 즐거운 일에 빠지는 게 당연하고,

그 즐거운 일이 그대를 사랑하는 것,

그대가 밑지는 일은 아닐 터다


물론 그대의 의심스러운 눈에도

그런 모습의 그가 엄청 사랑스러울 텐데,

이 때는 그대가 '왜'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할 때이기도 하다


사랑에 빠진 이성에게

그대뿐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사고를 해달라는 건

거의 득 될 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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