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왜'라는 말은 기호(嗜好)를
설명할 때 쓰이는 어찌씨로
사랑을 할 때 쓰일 말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 그는
철저한 이성적인 사유로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이 가진
그대에의 불가피한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왜'를 쓰고 싶어 한다
그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랑하고 싶은 건데,
그의 논리에 대해
그대가 뭐라 할 건 없다
그 자신의 이성이 찾아내는
그대의 매력에 대해,
그대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그대가
'왜' 그를 정신 못 차리게 하는지를
눈을 반짝거리며,
어떻게 그럴 수밖에 없는지
확신을 가진 말투로
때로는 신기하다는 듯이
앞뒤가 딱 맞는 자기 논리를 편다
그럴 때면, 그대만의 오롯한 매력이나
그대의 순수한 사랑스러움은
그의 관심이 아니다
그의 이성(理性)이 사랑에 빠진 거다
인간이 즐거운 일에 빠지는 게 당연하고,
그 즐거운 일이 그대를 사랑하는 것,
그대가 밑지는 일은 아닐 터다
물론 그대의 의심스러운 눈에도
그런 모습의 그가 엄청 사랑스러울 텐데,
이 때는 그대가 '왜'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할 때이기도 하다
사랑에 빠진 이성에게
그대뿐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사고를 해달라는 건
거의 득 될 게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