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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Feb 10. 2019

꽤 미련한 바람

생각편의점

꽤 미련한 바람




뭔가 삶이 수상해질 때, 흔히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건

그저 사람으로 사는 이들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쓸데없는 자기 학대라고 보는데,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그렇게 작위적으로 하려는 것이라면, 그대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 작위로 인해 언젠가 하이드(Hyde)처럼

악마성을 드러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그 속내에는

비록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보상이 있기를 바라고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가 그대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라던가?


<누군가 우리를 낳았고, 

우리는 누군가를 낳는다 그 이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중국 저잣거리의 여인네가 했다는 말이며,

그 말을 들은 린위탕이 

무서운 철학을 가졌다고 술회한 말이다

누군가를 필히 낳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불가역적 삶의 순환을 말하고 있는데,

거시적으로 보면, 삶은

나 그대로를 사는 것으로 족하다는 뜻인가 싶다  




삶 자체에는 형이상학이 없으므로,

실제적인 고려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그대는

사랑에는 근처에도 가본 적 없이

이기적으로 살아왔다는 

자기 성찰을 한 것일 수도 있겠다


혹시, 사랑이

그대가 사랑에 빠짐으로써

사랑에 빠지기 이전에는

그대 자신을 즐길 줄 몰랐던 그대에게

즐거움을 가르친 건 잊었는가


아집이나 집착 같은 것 말고,

사랑이 아니라고 우겨도 도저히

다른 무엇일 수 없는 사랑이

그대 자신이 알고 있던 그대보다

그대가 훨씬 더 나은 사람이라고 

달콤하게 윽박지르던 것을 잊었는가


삶의 여정 가운데 수많은 우연과 타협하면서,

아예 잊었는가 섭섭하여

그대를 포옹한 채 등을 토닥거릴 수도 있겠다


그대가 누군가의 사랑일 때 그대는

그 누구보다 더 나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그대가 더 나은 사람이 아니면

사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또한, 그가 그대를 기꺼이 사랑하게끔,

그대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하지 않아도 

사랑은 그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법이다

그에게 더 나은 사람을 사랑하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인간은,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관능은 그렇게 생겨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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