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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Jul 28. 2023

요즘 사랑 읽기

생각편의점

요즘 사랑 읽기



내일 죽는 사람처럼 살고,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처럼

배우라고 한 

간디의 말이 무색하게

우리가 머무는 곳들,

거리에서, 작업장에서, 

불상의 미래를 

노골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강의실에서조차 

과거로 가는 현재를 봅니다 


사실 모든 이야기는 

과거에 속합니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는, 

방금 그렇게 생각했다는 

과거의 이야기이며, 

그 과거의 생각을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는 

또 다른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엄밀히 말해 

미래가 아닙니다 

현재 이야기이며,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 한

내가 가질 수 있는 미래는

현재인 오늘입니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해집니다

오직 삶을 배우려는 이가

현재를 읽으려 할 때만 

역사가 의미를 갖기 때문일 겁니다


역사는 현재를 위한 

투정의 근거로 쓸 때도 있지만, 

현재로 되돌릴 수 없기에

배우지 않는 인간에게는

대체로 쓸모가 없는데,

흙탕물에 허탈해하는 

무력한 삶들을 둘러보며

젖은 흙 한 번 묻히지 않은 

하얀 손을 술잔을 든 듯 흔들어 

불행을 부채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증명합니다 


그는 미래를 사는 듯합니다

미래가 뭐 어떤가 싶지만,

미래에 대한 집착은

왜 자신이 현재의 

자신일 수 있는가를 잊게 합니다

역사 속에서 비난받는

인물들이 대개 그랬습니다

배워야 할 역사가 

되고 있는 중이지요


우리 역시 미래를 위해

수많은 변수를 생각했지만,

그리고 여전히 미래를 살지만,

오늘을 살고 있으며

눈앞에 놓인 현재를 볼 때

역사를 제대로 읽지 않은 

우리 자신에의

아쉬움을 어쩔 수 없습니다




미래가 오늘 선택의 

결과라고 하는 건 

너무 계몽적이거나, 그럴듯한 

사념이긴 해도 

올바른 결론은 아닐 겁니다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오늘의 내가, 

내가 의도한 '내'가 될 텐데, 

그래서는 삶이 가혹합니다 


엊그제 살인을 한 

그 인간의 모든 과거가, 

살인을 위한 걸음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설마 그가 엊그제 

입꼬리를 올리며 웃은 건,

그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그 옛날 유치원을 나와 

엄마 품에 안겨 

웃고 있었던 것과 같다면

그를 내내 품고 있던 

이 사회와 우리는 뭔가요? 


우리의 숙명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달리 숙명으로 

봐야 할 게 있다면, 

'사랑'일 겁니다


이 한심하고도 

어이없는 한 때의  역사를 

견뎌내는 것도 사랑이지요


'WeCroak'은 여전합니다만,

죽음이 남의 일인 듯합니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알다시피, 우리가

죽음을 생각할 때는

고통이 없을 때이며 

통증이 온몸을 짓이길 때는

입으로는 죽고 싶다 해도

말 그대로의 

죽음을 품기는 어렵습니다


생존 본능이기도 하지만,

삶이 단순해지는 겁니다, 나를

내가 사랑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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