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익혀도 사랑엔 완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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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아무리 익혀도 사랑엔 완숙이 없다




사랑을 동냥하는 게 아니고

그대가 그를 사랑하는 게 맞다면,

그대가 하고, 그대가 즐기고,

그대가 앓고, 만약의 경우

오직 그대가 그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자존감 없이 사랑을 앓는 것은,

착하게 말하면 치기 어린 응석이고

거칠게 말하면 멋모르는 아이의

사랑을 흉내 낸 스토킹과 다를 바 없다


(그가 그대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것은 그가 가진 사랑이다

제 것도 아닌 것 때문에 그대가 앓는 것이

거개 무시되는 건 그 탓이다)


사랑은 그래서,

그대의 사랑에 대한 보상으로서가 아닌

그의 사랑이 그대를 사랑할 때까지

안달하지 않은 사랑이 훨씬 달다

그대가 자신의 기다림에 대한

기회비용을 달라고 조르지 않는 만큼

그대와 그의 삶을 휘저을 단맛을 낸다


사랑에는 그 단맛뿐이다

쓴맛은 자기애에서 비롯되므로

사랑의 맛에는 포함할 수 없다

그대가 사랑하는 게 맞다면

사랑의 객체는 <그>이므로

그대가 쓴맛을 느낄 수도 없다


한편 세월과 나이는, 쓴맛과 마찬가지로,

사랑이 아닐 때 비로소 도드라져

사랑을 폄훼하는 도구이며,

자존감을 가진 이에게는 낯설다


"사랑이 누구 것도 아니잖아.

어떤 여정을 겪었든

이제 막 나를 담은 그의 삶에게

왜 늦었냐고 묻는 건

바보나 하는 질문이다 싶더라고.

지금, 사랑하잖아."


언제, 어떻게 사랑하든

그대가 사랑하는 한

사랑은 늘 신선할 수밖에 없다


사랑엔 완숙이 없다

사랑이 끝났을 때,

사랑이 지나가고서야

비로소 완숙이 된다

하지만 더는 사랑이 아닐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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