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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Apr 28. 2021

꼭 착하게 살아야 해요?

생각편의점

착하게 살아야 해요?




생각편의점에 입점되는 생각이

누구에게나 옳은 것이기를 바라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도

이 편의점의 고충이 아닌가 합니다



감정이나 생각의 결이 다른 인간이

주위에 한둘 없으면

그게 사는 건가 싶기는 해도

죽음이 나이 순으로

찾아오는 게 아닌 바에야

미운 인간을 두고,

"저 인간, 언제 죽나?"

저주를 가슴에 품는다 해서

가책을 느낄 건 없을 니다


사람이 사랑스러울 때, 그 사랑을

감출 수 없는 것과 같이

미우면, 얼마든지

미워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다만, 저주를 한다면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래야 무슨 일이 있을 때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니잖아!"

라며, 죄책감에서 해방되어,

"아,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그동안의 저주는 모두 잊은 듯

말짱한 얼굴로 위로를

건넬 수도 있을 테니까요


숙명론적이긴 하지만,

그는 죽어야 할 때

죽을 것이 분명하므로

저주가 그의 생사에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없는 데다,

그를 저주함으로써 나는

평정심을 되찾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덕분에 그는 내 손에

죽을 염려가 없게 되고,

나는 주위에 쌓아온 평판을 지키며

여전히 예의 바른 인간으로서

그를 죽이는 수고를 덜고

아침 뉴스에 실릴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아가 그를 저주함으로써

조금은 미움이 사라져서, 그와

유쾌하게 또 다른 일을

도모한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을 겁니다


미시마 유키오가 벌써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인데*

어느 날, 무엇에 씐 듯

문득 "그는 죽어야 해!" 라며

주검을 찾아 나서기 전에

못된 세상과 머릿속에 들어와

그대를 괴롭히는 이에게는

마구 저주를 날리며 사는 겁니다


"겉과 속이 다르게 살라는 건가, "라며

'위선'을 부추긴다 싶겠지만,

우리 주위에 살았거나, 사는 이들 가운데

겉과 속을 그다지 구별하지 않던 이들은

대개 자기 목숨 이외에는 무심한

사이코패스이거나 폭군, 독재자였고,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였습니다


겉과 속을 달리 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위선이든, 위악이든, 그 행태상으로

'나'를 위한 배려임과 동시에

그에 대한 관용으로 봅니다


"세상이 말하는 착한 사람으로 살면서

정신과 상담을 받지 않으려면

방문 잠그고, 욕 좀 하며 살자!"

라는 게 내 생각입니다


참고로, 욕이란 것은

상대방의 눈앞에서 내뱉어도

그가 뭔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

가장 즐거운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연구'를 해야 할 겁니다

(그러는 동안, 미움이

그에 대한 동정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우리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린아이가 손에 쥔,

꼬리는 벌써 베어 먹고

반쯤 남은 붕어빵을 발견하고는,

괜히 주위를 둘러볼 정도

인간은 아니지 않은가요?






*그의 책, 부도덕 교육강좌의 <'죽여버려'라고 외칠 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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