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애호자의 사랑은 지능적
새로 입고된 생각
(Featuring:코로나19)
<생각 하나>
좁은 의미로 보면,
말 그대로의 무소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순간
해야 할 최우선적인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이어야 할 겁니다
우리가 가진 당장의 것이고
임종을 맞는 수단인 동시에
도구가 목숨이니까요
알다시피, 목숨은 천부이며
최고선의 상태라는 해탈 역시
'나'를 갖고 있는 상태로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은
무소유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생각 둘>
삶이 주는 대로 살다가
삶이 가져가는 대로,
시절인연에 '나'를 맡긴 채
살 수밖에 없는 게 우리입니다
'내던져진 존재'가 맞다면,
우리는 대체로 이 세상에
없어도 되는 존재일 텐데,
그래서, 삶이 고해일까요?
그래서, 대개 행복을 찾는 게지요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면
무엇이든 내 속에
놀다 가게 둘 수밖에 없어도
내가 거기 묻어가거나,
나를 가져가게 할 수 없는 무애(無㝵)가
무소유와 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삶이 주는 모든 것을 품지만
그렇게 품은 모든 것에
구애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 언저리에서 법정을 봅니다
삶을 역설적으로 사랑한 이로서는
제대로 사랑을 다룰 줄 알았고,
주어진 삶을 즐기려는 이로서는
무소유를 소유하려 했던
이가 법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 셋>
사랑, 사랑하고 떠드는 신 가운데
오히려 사랑을 앓고 있는 신들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일신을 가진
종교의 미련한 신들 말입니다
사랑에 대해 입은 싸지만
무릇 인간을 향한 집착과 함께
이기적 사랑을 버리지 않고 있지요
기실, 그게 사랑이
아니란 것도 모르면서 말이지요
이 신들의 단점은,
그토록 사랑받기를 바라면서도
사랑을 거의 할 줄 모르고,
인간을 자신이 다루어야 할
추종자로 보는 것일 겁니다
인간을 사랑하려면,
대개의 신들과 달리
지능적으로 해야 할 겁니다
사랑은 그에게 던져 버립니다
사랑이 남으면 품게 되니까요
품으면 기어이 아프고 맙니다
그래서 마구 주어 버립니다
가슴을 비우면 무엇이든 채울 수 있습니다
사랑받는 그가 괜한 즐거움에
알량한 사랑 부스러기라도 흘리면,
'나'는 기꺼이, 마치 숨 쉬듯 즐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것이
신은 절대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이 하는 지능적 사랑입니다
법정이 생전에 실천한 사랑이
인생 애호자로서의
것이었다고 여기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포함하여,
사람으로 사는 삶을 꽤 사랑한 탓에
뒤돌아보면 쓸데없고,
결국 스러지는 애착에 대해
무소유를 실천하면서
거부의 몸짓을 보였지만,
주어진 세수(世壽)는 다한
그 삶의 흔적 때문입니다
<생각 넷>
사는 동안, 수많은
마음 가는 일 가운데
'사람'에게 마음 가는 일이
가장 달콤하다 싶습니다만, 그의
그대 사랑함은
사랑할 수 있는 시절 동안뿐이며
그대의 허락과는 관계없이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지나가, 멈추고 말 겁니다
그의 사랑에 당장 그대도 즐겁다면,
그대의 삶이 누려야 할 몫이므로
흔쾌히 즐겨야 아쉬움이 없겠지요
그것도 시절인연이 가져온 거니까요
지나가면 사라지는 것으로서
삶을 되돌아볼 짬이라도 있어
삶이 줄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적다 보면, 그 비고란에는
사랑이 그대를 찾아올 수 있지만
소유할 수는 없다고 기록하고 싶어질 겁니다
그대는 그의 사랑이 멈춘 뒤에도
여전히 그대가 아닐 수 없고
그대를 계속 살아야 합니다
사랑은, 하게 되는 동안만 하는 것
그 정도만 기억해두면, 그대는
행복할 준비가 다 된 겁니다
언젠가는 싸늘해질 그의 사랑에
그대의 영혼을 모두 넘기는 게
미련한 짓이 분명하다는 건
이미 수많은 무덤들이
살아 있을 때 하는 사랑으로
충분하다고 시사하고 있으니까요
<생각 다섯>
삶은 나를 기억하는 나와 함께 갑니다
그대가 삶의 어떤 국면을 지나고 있든
당장의 삶이 왠지 아쉽다면
대개는 진짜 '나'를 살아 보지 않은 것으로,
'쓸데없으며, 하지 않아도 좋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절실해지는' 사랑을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그대가
사랑을 연애와 혼동하고 있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우리는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와 사회가 본 나와의 관계,
나와 타인이 본 나와의 관계에
구속되어 그에 맞춰 사는 게
편하기는 합니다만,
그런 나를 오롯하며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
한때일지라도 이 세상에 필히
존재해야 할 이유를 알려주며
박애와 동시에 자기애를
가르쳐주는 게 사랑일 겁니다
그런 사랑이, 이 세상에 '던져져'
무수한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인생 애호자로서
이 세상에서의 할 일과
그대 자신에게 해줄 일을
다하게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무슨 생각이든,
생각편의점에 입고된 생각이
그대의 취향에 맞아서
읽고 '본전'은 뽑았다는 느낌에
그대가 행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