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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Mar 03. 2021

인생 애호자의 사랑은 지능적

생각편의점


인생 애호자의 사랑은 지능적



새로 입고된 생각

(Featuring:코로나19)



<생각 하나>


좁은 의미로 보면,

말 그대로의 무소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순간

해야 할 최우선적인 것은

목숨을 버리는 것이어야 할 겁니다


우리가 가진 당장의 것이고

임종을 맞는 수단인 동시에

도구가 목숨이니까요


알다시피, 목숨은 천부이며

최고선의 상태라는 해탈 역시

'나'를 갖고 있는 상태로서,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은

무소유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생각 둘>


삶이 주는 대로 살다가

삶이 가져가는 대로,

시절인연에  '나'를 맡긴 채

살 수밖에 없는 게 우리입니다


'내던져진 존재'가 맞다면,

우리는 대체로 이 세상에

없어도 되는 존재일 텐데,

그래서, 삶이 고해일까요?

그래서, 대개 행복을 찾는 게지요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면

무엇이든 내 속에

놀다 가게 둘 수밖에 없어도

내가 거기 묻어가거나,

나를 가져가게 할 수 없는 무애(無㝵)가

무소유와 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삶이 주는 모든 것을 품지만

그렇게 품은 모든 것에

구애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 언저리에서 법정을 봅니다

삶을 역설적으로 사랑한 이로서는

제대로 사랑을 다룰 줄 알았고,

주어진 삶을 즐기는 이로서는

무소유를 소유하려 했던

이가 법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 셋>


사랑, 사랑하고 떠드는 신 가운데

오히려 사랑을 앓고 있는 신들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일신을 가진

종교의 미련한 신들 말입니다

사랑에 대해 입은 싸지만

무릇 인간을 향한 집착과 함께

이기적 사랑을 버리지 않고 있지요

기실, 그게 사랑이

아니란 것도 모르면서 말이지요


이 신들의 단점은,

그토록 사랑받기를 바라면서도

사랑을 거의 할 줄 모르고,

인간을 자신이 다루어야 할

추종자로 보는 것일 겁니다


인간을 사랑하려면,

대개의 신들과 달리

지능적으로 해야 할 겁니다


사랑은 그에게 던져 버립니다

사랑이 남으면 품게 되니까요

품으면 기어이 아프고 맙니다

마구 주어 버립니다

가슴을 비우면 무엇이든 채울 수 있습니다

사랑받는 그가 괜한 즐거움에 

알량한 사랑 부스러기라도 흘리면,  

'나'는 기꺼이, 마치 숨 쉬듯 즐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

신은 절대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이 하는 지능적 사랑입니다


법정이 생전에 실천한 사랑이

인생 애호자로서의

것이었다고 여기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포함하여,

사람으로 사는 삶을 사랑한 탓에

뒤돌아보면 쓸데없고,

결국 스러지는 애착에 대해

무소유를 실천하면서

거부의 몸짓을 보였지만, 

주어진 세수(世壽)는 다한 

그 삶의 흔적 때문입니다



<생각 넷>


사는 동안, 수많은

마음 가는 일 가운데

'사람'에게 마음 가는 일이

가장 달콤하다 싶습니다만, 그의

그대 사랑함은

사랑할 수 있는 시절 동안뿐이며

그대의 허락과는 관계없이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지나가, 멈추고 말 겁니다


그의 사랑에 당장 그대도 즐겁다면,

그대의 삶이 누려야 할 몫이므로

흔쾌히 즐겨야 아쉬움이 없겠지요

그것도 시절인연이 가져온 거니까요


지나가면 사라지는 것으로서

삶을 되돌아볼 짬이라도 있어

삶이 줄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적다 보면, 그 비고란에는

사랑이 그대를 찾아올 수 있지만

소유할 수는 없다고 기록하고 싶어질 겁니다


그대는 그의 사랑이 멈춘 뒤에도

여전히 그대가 아닐 수 없고

그대를 계속 살아야 합니다


사랑은, 하게 되는 동안만 하는 것


그 정도만 기억해두면, 그대는

행복할 준비가 다 된 겁니다

언젠가는 싸늘해질 그의 사랑에

그대의 영혼을 모두 넘기는 게

미련한 짓이 분명하다는 건

이미 수많은 무덤들이

살아 있을 때 하는 사랑으로

충분하다고 시사하고 있으니까요



<생각 다섯>


삶은 나를 기억하는 나와 함께 갑니다


그대가 삶의 어떤 국면을 지나고 있든

당장의 삶이 왠지 아쉽다면

대개는 진짜 '나'를 살아 보지 않은 것으로,

'쓸데없으며, 하지 않아도 좋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절실해지는' 사랑을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그대가

사랑을 연애와 혼동하고 있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우리는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와 사회가 본 나와의 관계,

나와 타인이 본 나의 관계에

구속되어 그에 맞춰 사는 게

편하기는 합니다만,

그런  나를 오롯하며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

한때일지라도 이 세상에 필히

존재해야 할 이유를 알려주며

박애와 동시에 자기애를

가르쳐주는 게 사랑일 겁니다


그런 사랑이, 이 세상에 '던져져'

무수한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인생 애호자로서

이 세상에서의 할 일과

그대 자신에게 해줄 일을

다하게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무슨 생각이든,

생각편의점에 입고된 생각이

그대의 취향에 맞아서

읽고 '본전'은 뽑았다는 느낌에

그대가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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