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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May 01. 2020

표정은 미모를 시샘하지 않는다

생각편의점


표정은 미모를 시샘하지 않는다




그대가 그대 자신을 아는 것과

타인이 그대를 아는 건

아주 다른 이야기인데,

사전적 의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모에 대해서도 우리는 서로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그대의 미모는

상대에 대해

유의미한 힘을 가진다고 한다

나아가, 남다른 미모가

그대 자신의 남성성, 또는

그대 자신의 여성성의

우월함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상대가 가진 성에 대한

동경은 비슷하지만,

남성의 미모와 달리

여성의 미모에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 자신도

주눅이 든다고도 한다


그대가 인간이라면,

여성의 미모에 대해

조금 더 애틋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다

뭐, 그렇다고 해도

어떤 미모이든 

그 미모는 소모되며

필히 권태를 일으킨다

우리가 아무리 선량해도,

대상의 표정을 읽는 데에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기진 미모의 

가장 큰 약점은

표정이 부족한 것이랄 수 있다


그런 힘을 가진 미모가

흔히 아는 권력과 달리

갖가지 형용, 이를 테면,

시술, 수술, 화장으로도

그 본태의 미모보다 

강화되지 못하는 이유다

적확히 말하면,

그대가 가진 갖가지 수단으로

미모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치환된 미모는

또 다른 미모이며

또 달리 소모되고 말 터다


그래서, 소모되지 않는

미모를 유지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은

그대를 그대로써 그를

사랑하는 것일 수 있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미모는

능동적인 표정에

결국 무릎을 꿇는다


(자연이 가진 자연미에 

권태를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고, 우리의 눈에 든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생로병사에 구애되지 않으며

미모를 가지려 할 필요가 없는,

말 그대로, 

자연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모는 소모되고 버려지는 한편,

표정은 고의가 없는 한

멋대로일 수 있어도 폐기되지 않는다


그가 그대의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며, 그대의 미모보다는

그를 마주 볼 때의 그대의 눈빛이나,

그대가 커피를 마실 때

입술의 움직임을 새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은, 거울 속의 그대가 

좀처럼 늙지 않듯이,

쉰다섯 해를 

같이 산 두 사람이

주름골 깊은 얼굴로

스물 남짓 시절의 

삼삼했던 서로를 

여전히 들여다보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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