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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Jul 30. 2020

'예쁘다' 대신에

생각편의점

'예쁘다' 대신에



예를 들면,

브래드 피트와 원빈은 잘 생겼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차은우는 예쁘게 생겼다

제니퍼 로페스와 이민정은 잘 생겼고,

아델 에넬과 신현빈은 예쁘게 생겼다

그러나 그들이 내게 사랑스러운지는 알 수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예쁘게 생겼다고 보는 것이

의아할 수 있겠는데,

그의 열아홉 살,

프로필 사진으로 보는 그는

이제 늙은 것뿐이며, 여전히 예쁘다

_노파심에서 추가함_)


내가 그렇게 그들을 본다


생각편의점의 점장으로서

무슨 생각이든 받아들이는 게

당연해야 하지만,

왜 '예쁘다' 하면,

성인지 감수성이 '처절하게' 

나쁜 것이 되는지 알 수 없다


그 감수성이란 말이  낯선데,

검색으로 얻은 개념은,

양성평등 하에서

(당연히 평등하고,)

남성과 여성의 성적 상이함을

(당연히 성적으로 다르다)

받아들이는 태도인 모양이다


(성범죄 성립 여부를 다룰 때의

상황 판단에 이 감수성을 

제고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건

다른 때, 생각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말에는 성(Sex)이 없다

우리가 가진 말은

어떤 성에게 사용해도

틀릴 수 없는, 꽤 괜찮은 말이다 


우리가 썼던 '예쁘다'는, 

잘 생겼다와 마찬가지로 

싱거운 칭찬이 아니다

게다가 예쁨의 반대말은

예쁘지 않음이 아니다


내가 무심(無心)의

가면을 쓰고 그대를 봐야 하며,

가면 아래는 어떻든

무감(無感)하게 대하지 않아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건가


(생각해 보면, 마리 로랑셍이 쓴

잊혀진 것보다 더 가엾은 것은

잊힐 것도 없는, 스쳐지나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그런 그대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세상이 변한 게 확실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예쁘다' 대신에 이러면 어떨까


"좋아합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파생되는 무수히 많은 

'너와 나'의 애매함에 대한 

관계 설정은 전적으로 

말한 이의 몫으로 한다.)


흔히, '예쁘다'는 건 그런 뜻이 아닐까

"처음 보는 너에게 대뜸,

'좋아해'라고 할 수가 없어서,

'예쁘다' 하는 걸 양해해 주세요."


'예쁘다'할 때는 그런 속내를

감춘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아니면, 그대가 그의 눈에

예쁠 리가 없지 않은가?


다시 한번 새기지만,

'예쁘다'의 대척점에는 '밉다'가 있다

'예쁘지 않다'의 반대말이 아닌 거다

평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아무래도, '예쁘다'는 말이

정말 괜찮은 말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그대에게 예쁘다 했을 때는,

아직 사랑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뜻이며,

사랑까지 갔을 때를 대비해,

우리는 '아름답다'라는 말을

벌써 마련해 두었다


그대가 내게 예쁘면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스물넷쯤 되었을 때,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던

백발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나이 쉰, 혹은 예순은 훨씬 넘은 듯한

자원봉사를 하는 여성에게

나는 'Beautiful'하다고 말했다

'Pretty, ' 'Gorgeous, ' 

또는 'Hot'이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한 건,

나이를 괜히 먹은 듯한 

그의 윤기 흐르는 얼굴과

너무 거친 덕분에

실올이 끊어진 스타킹을 

신을 때가 많다는,

그가 가진 거친 두 손 때문이었다

남들이 해준 것만 먹지 않고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손수

뭔가를 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 사랑스러웠다

그는 곧바로, 

'Thank you.'라고 했는데,

칭찬으로 받아들인 게 분명하다


그가 그렇게 받아들임으로써,

요즘의 감성으로 보면

나는 성인지 감수성이 

처절하게 모자란 게 된다

다만, 나만이 아니라

내 말을 칭찬으로 받은 그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성인지 감수성이란

내 문제만이 아니고, 

나를 대하는 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쁘다'는 말을 제대로 쓰는 이는 

칭찬으로 쓰지 않는다

그의 눈에

그대가 밉지 않다는 뜻이며,

나아가, 그의 호감을 담는다


누구에게나

그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대가 주장하면,

그대는 미울 수조차 없을 터다

왜냐하면 그대는 단순히

예쁘지 않은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예쁘지 않은데, 

어떻게 미울 수 있겠나


이 세상에 태어나

생긴 대로 사는 이 가운데

예쁘지 않은 이는 없다

다만, 생긴 대로 살지 않으려는 이를

예쁘지 않다고 할 때

영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대는 늘 예쁘다

그럼에도,

그대가 원치 않으면, 기꺼이

'예쁘다'고는 하지 않을 테다


'좋아해.'



'예쁘다'의 사전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예쁘다 __네이버

[형용사]
1.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2.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3.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서 흐뭇하다.
[유의어] 귀엽다꽃답다사랑스럽다


▶예쁘다 __다음

눈으로 보기에 좋고 사랑스럽다

(기본 의미) [(명)이] (대상의 색이나 모양이) 눈으로 보기에 좋고 사랑스럽다.

[(명)이] (사람의 언행이) 사랑스럽거나 귀엽게 여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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