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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Aug 06. 2020

그래도 돼?

생각편의점

그래도 돼?



그러니까, 나는 남성이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 가운데 여성을 좋아한다


그렇게 내가 말하면,

"아하, 그게 뭘!" 대개는

대수롭잖게 넘기겠지만,

생각을 가진 그대라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


"아니, 왜 여성을 좋아해?"


이 질문이 떠오른 적이 없다면,

그대의 시각은 편협되어 있다


곧바로,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남성은 왜, 싫어?"


아니면, 

"남성이 너에게 뭘 잘못했어?

안 좋아할 이유라도 있어?"

캐물을 수도 있다


거기 더해서,

"너도 남성이잖아?"

따질 수도 있다



내가 남성이면서도 

여성을 좋아하고

남성을 좋아하지 않는 게

정상이고 당연하다면,

좋아하지 않아야 할 

남성을 가진 채 사는 나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사는 게 된다

제대로 된 나의 삶을 위해

나는 내가 가진 남성을

거세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터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여성이라 할 경우,

여성을 좋아하면 안 되는 나는 

역시 내 여성을 거세해야 한다는 

설명이 논리적이다


거세를 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남성이라면 남성을,

여성이라면 여성을, 

다시 말해 자신의 성을 

좋아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인간이 자신의 성을 

그대로 갖고 사는 것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볼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그 모순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호불호를, 

여기서는 관능이 되겠지만,

강요할 수는 없잖은가

그리고 그것을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자신의 성이 어떻든

누군가는 여성을 좋아하지만,

남성을 '더' 좋아하며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신의 성이 어떻든

남성을 좋아하지만,

여성을 '더' 좋아하는 것을

괴로워하는 그대의 성은 무엇인가


그 모순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사람'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불교적인 생각을 좋아하지만

성경의 내용을 빌려 말하면,

하늘 아래 새 것이 없고*,

모든 것이 신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면,

성소수자 역시 그 계획 안에, 

벌써 있었을 터이며, 

오히려 있지 않았으면 

신의 오만이 비난받아야 한다

사람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



내가 성과 사랑을

서로 다른 것으로 본다기보다

같은 선상에 두지 않기 때문에

갖게 된 생각일 수 있는데,

성소수자의 삶 역시 사람의 문제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면

설득과 조화 논리의 개발도

조금 더 쉽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사랑할 사람이 필요하며,

'사람'으로 사랑한다면 

누구를 사랑하든,

성에 따른 구별은 쓸데없다

그리고 그런 구별은 적어도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다






*Ecclesiastes(전도서) 1장 9절: --

    There is no new thing under the sun. (1611년, 제임스 1세 버전)

    Nothing is new on earth. (NIrV_New International Reader's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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