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내가 즐기는 게
내게 당연하게 되는 이유는
그게 하필 내게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란 것을
나는 잊지 않습니다
당연의 고마움을 모르는 게
당연한지 모르겠으나
나는 내게 좋은 것이
대개 당연하지 않습니다
그게 내게 좋다면
그것을 즐기는 나는 기꺼워집니다
사랑이 내게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고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게
내게 당연하다 해도
내 사랑을 받아야 할
의무가 없는 당신이
내 사랑을 즐겨줘서
고마운 게 당연합니다
심지어 당신이 왜 내게
소중한지 전혀 모르면
더욱, 고맙습니다
내가 당신의 등을 보며, 혹은
당신에게 내 등을 보인 채,
문득 생각난 듯한 말투로
"미안하다 고맙다" 하는 까닭을
묻지 않는 당신이 고맙습니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설명해야 한다면, 비로소
사랑이 끝난 뒤에 할 겁니다
서로에게 서로가
당연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한 동안은
서로 사랑하는 게 분명하니까요
당연하지 않다는 것과,
당연한 게 없다는 건
그때쯤이나, 그러니까
사랑을 잃고 나서야
하는 이야기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