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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어뉘
Sep 16. 2020
쓸데없어서 고맙지요
사랑엔 중고가 없다
쓸데없어서 고맙지요
우리는 보통, 더는
사랑이 아닌 이야기를
사랑이야기라고
합니
다
틈만 나면
사랑하고 있는 듯
되새김질을 하지만,
사랑했던 이야기이거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입
니
다
그러니까 그대와 내가
사랑이야기를
한다면,
사랑하기 전이거나
사랑이 지나
간
겁
니
다
(
우리가 싸우는 건
사랑하지 않을 때라는 걸
기억
해
둘 필요가 있
습니
다
사랑하기 때문에 싸운다?
역사 속의
독재자들이
흔히 했던
소리
입
니
다
우리는
그러다가
칼을 들
고
그러다가
총을
들
었
습
니
다
)
그래서, 밖에서는 알 수 없는
둘 사이의 역사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한 성과 달리
사랑이 이해하기 어려운 겁니다
*
말하자면,
"같은 번호를 쓰려니까
혜택이 별로 없네."
혹시, 낡은 휴대폰을
새 것으로 바꾼 내게서,
이런 따위의
전화를 받을 수 있
습니
다
맥 없는 전화이
지
요
그러나,
사랑엔
쓸데없는 게 없
습니
다
대개는 쓸데 있는 것보다
쓸데없는
것들로
우리는 사랑을
합니
다
(
필요하다는 건
일종의 조건이므로
누군가에게 필요
한 사람
이기
보다
같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낫
습니
다
달리 말해, 사랑해야 할 사람과
사랑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 가운데,
사랑을 길게 본다면
그대는 후자가 되는 게 나을
겁니다
시작은 어렵겠지만 말이지요
)
나
는
눈꽃이 만들어지듯,
가랑비에 옷 적시
듯
그대 주위에 함부로
나를 뿌려 놓는
영리한 짓을
합니
다
무시로
그대
기억
에
더덕더덕 붙은 게
사랑 아닌 사랑이야기라고
그대를 자꾸, 이야기
하
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의미가 되고
그것이 그대와 나의
오롯한
역사
를 만들어 갑니
다
"
너,
날
사랑하는 거
지
?"
어느 날
느닷없이,
어딘가 말끔해진 얼굴로,
또는
지난밤을
새운
날 선
얼굴로,
아니면, 내가 그대를 사랑한
모든 역사를 그제야 이해한 듯
그대가
그렇게
따
질 수밖에 없을 때
,
나는 그대를 말릴 생각은 아예
하지 않
기로 하고 있습니
다
*
사랑 9
(혹은누군가를위하여)
제철에 나온 과일처럼
사랑도 대개
마음을 다독이며
익힌 것이 맛도 좋고
오래가는 법이다
keyword
사랑
역사
중고
어뉘
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사랑엔 중고가 없다
저자
사랑을 말하는 건 그것엔 중고가 없어서 늘 낯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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