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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Aug 19. 2020

그대가 전부다

생각편의점

그대가 전부다



열여섯, 그때는

언제 서른여섯이 될지 모르고,

서른여섯이면 충분히

살았을 거라고 여겼다

나는 서른여섯에 죽기로 했다



세상은 그대에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는 수없이 그대가

세상에 의미를 둔다

뜨거운 햇볕 아래

길을 가는 개미를 보며

노고를 느끼는 것은 그대다

그대가 전부인 거다


개미는 개미를 살지만,

그대는 그대로서

살지 않으려 할 만큼 영리해서

타인이 모를 자신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둘 염려가 있다

그대가  전부인데,

그대가 문제이기 쉽



우리가 누군가의 

사랑을 받음으로, 조금은

생뚱한 소속감과 함께,

조금은 피학적 아늑함을

기대하는 것이

비난할 게 못 된다 해도,

그렇게 자신을 누군가의 삶의

덤으로 놔두는 건 바보 같다


대가 스스로 사랑함으로써

대의 삶에 그를

덤으로 즐기려는 것이

'나'를 가진 자연인의 모습일 터

왜냐하면,

'너'를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언제든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대를 그저 지나쳤어도

괜찮았던 이들이 문득

그대의 삶에 들어오는 이벤트로서,

그대가 자신의 삶을 합리화할

세상의 모든 논리를 들추어내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대 자신과

그를 동시에 납득시킬 논리를

개발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그렇게, 그대의 감성에

이성의 옷을 입힌 사랑 덕분에

지지고 볶는 삶이나 세상사가

그저 치러야 할 이벤트일 뿐

적(敵)도 아(我)도

아니라는 걸 배우는 거다

그대가 전부라는 것과 함께



삶이 나이처럼 꾸준히

먹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만큼 영리해진 뒤,

왜 서른여섯일까를 생각했다

그 나이에 죽은 아버지가

아무런 답을 갖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결국, 선언을 취소한 나는 창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던 친구 벌써 죽었다


기간을 정하지 않았던

모든 이들의 

그렇게 보내며 나는

누구나 제 시간을

가진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낭만이라는 생각을 접었다


구하라와 설리는

자신이 전부라는 것을 알았

굳이 착이유 없데,

그저 자신이 하는 것이

모두에게 착한 일이면 좋겠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출 길이 없으므로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착하지 않다 해도

어쩔 수 없 대한 체념들,

그게 삶인 걸 부정했다


렇게 그들은 삶의 기간을 정했고,

낭만은 전혀 없었고,

더는 별한 의미가 될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가진 전부는 '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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