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주기
아주, 그리고 또, 아주 어렸을 때,
며칠 남지도 않은
시험을 앞에 두고
까짓것, 못 참을 것 같냐고
큰소리를 쳤었다
뭔가에 뜻을 두고
한 가지 일을 할 때는
한눈을 팔지 말라는 말에
겁을 먹은 덕분이었다
그러나 하필 시험 전날 밤,
보고픔을 이길 수 없어서
그냥, 사랑을 불러내
아주 잠깐 눈에 넣었는데,
(아, 한 눈을 파는 건
잘못이라는 말을
잊은 건 아니었다)
그 사랑스러움에
그때까지 뒤엉켜 있던
머리가 맑더라니
다음날 시험에는
애매한 문제가 없었다
그럴 것까진 없었는데,
결과는 만점이었다
공부할 땐 공부하고,
보고플 땐 보고,
시험 볼 땐
시험을 봐야 한다는 걸
그때 제대로 배웠다
공부도 망치고,
보고 싶은 사랑도 못 보고,
시험도 망쳤다면, 바로
그게 한눈을 판 것일 테다
(혹시 사랑하다가,
또는 사랑 때문에 한눈을 팔아서
뭔가를 망쳤다고 한다면,
기실 그대가 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거나, 흔한
집착이었던 게 틀림없다)
사랑 아닌 무엇을 하든, 그 때문에
사랑을 미루는 건 한눈팔기다
그게 사랑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긴 하지만,
부추길만한 건 아니다
사랑이 아닌 걸로 한눈을 팔면
삶 전체가 아프다
<예외를 즐기지 않으면
사랑이 늘 어렵다> 중,
'기회는 때와 경우가 아니라
마음으로 잡는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