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혹은 이벤트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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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절차, 혹은 이벤트의 완성



모든 주고받음의 속성대로,

내가 하는 당신 사랑은

잠깐이면 지나갈 터입니다 그러나

사랑받을 때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때는

아무리 같잖은 사랑이어도,

쓸데없이 당신 가슴 언저리에

한동안 머무를 겁니다


모든 사랑이, 그래서,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소중한 거지요


여하튼,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내 사랑이 멈추는 건 아닙니다

늘 말하듯, 사랑은

사랑받는 이는 멈출 자격조차 없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멈출 수 있으니까,

당신이 내 사랑을 멈출 수는 없어요


다만 당신이 원할 때, 내가

흔쾌히 사랑을 멈출 수 있는 건,

역설적이게도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사랑스러운 건 당신이고

결국, 내가 사랑을 멈추는 것으로

당신의 삶이 즐겁고 유쾌해진다면

사랑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잖아요




한편, 당신에게 이별을 고한 나는

얼마든지 당신이 버려도 좋은

쓸데없는 인간으로서

확실하게 버려 버립니다


장고(Django)*는

브룸힐다에게 돌아오지만,

그리고 그것이 절실했지만,

장고와 달리, 혹시

내가 당신에게 돌아온다면,

장고처럼 사랑과 복수가 아니라

익숙함을 구걸하러 오는 겁니다


당신의 사랑스러움을

새로 계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는 것 이외에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은

돌아온 사랑으로 한정되어 있을 겁니다


그때, 흔히 당신이 하는 착각은, 내가

당신에게 '다시 돌아왔다'는 만족감일 텐데,

그런 당신의 만족감과 '돌아올 수 있었다'는

나의 만족감과의 사이에서 당신이

어느 쪽에 치우칠지는 오롯이 당신의 몫입니다


내가 당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돌아온 사랑 같은 건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당신을, 손에 익거나 손때가 묻은

중고로 취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영화,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 2012)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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