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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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괜찮은 위로



우리는 사람의 자궁에서 나와

몇 년 살다가 그가 나를 키울 때 먹은

먹을거리의 거름으로 쓰일 수 있도록

흙으로 돌아가는, 지구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됩니까'라는 질문은

그 일부에게 주어진

'나'로 비롯되는 관계를

관조할 여유와 기왕의 인생을

사랑하게 할 질문이기도 할 겁니다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낙관이냐, 비관이냐를 따지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것이,

'현재'를 갖고 있으며

이 글을 쓰는 나와, 읽고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는

어쨌든 살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우리의 성정은

서구와는 달리

'무엇(What)'을 캐기보다는

'어떻게(How)'를 고민합니다


책을 열면 바로

'나'를 파고들기 시작해서

'나'를 알아야 하는 나로

골머리를 앓게 하다가, 책을 덮으면

고매한 의식의 바다를 헤매는

'나'는 없어지고 떼꾼한 눈에

철학하기엔 너무 허기진

배만 남기는 게 서양철학이고,

'내'가 이미 인간이므로

인간을 따질 건 없고

너와 나, 만상 사이에서

어떤 태도로

삶을 즐길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배고프기 전에

우선 먹고 고민하자는 게

동양철학이라고 보며,

나는 후자를 편애합니다

도대체 삶을 즐기는 데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철학인가 싶은 서양철학보다는,

"우리를 지치게 하는 삶에

여유가 필요하다면

가끔 구름 걸린 노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든지 하는,

인생을 아는 이의 사소하지만,

서정적인 동양철학에,

나는 위로를 받습니다


흔히 삶이 철학하는 거라는데,

그건 동양적인 사고이며, 누가

그걸 반박할 수 있을까요


또한 나는, 내가 '나'를 모른다 해도

당신을 사랑하는 데에는

어려운 적이 없는데,

사랑에 관해서는 '나를 모른다, '

하는 정도의 철학만 할 줄 알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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