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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Sep 08. 2023

현혹된 이야기는 재밌다

생각편의점

현혹된 이야기는 재밌다



아무에게나 사랑을 받으려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면

정말 아무가 된 나머지는 

그저 행인이 됩니다


혹시 그들이 그대에게

별 근거도 없는 정조를

요구한대도 그런가 보다

무시해야 합니다

그들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관심을 잃은 것에 

괜히 엄격해집니다



아무리 그가 그대를 사랑해도

그대가 그를 사랑하게 되지 

않는 경우를 

만날 때가 있을 겁니다


"그가 예쁜 짓을 하는데,

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사랑하라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우리의 본능적 이기심은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으라고 시킵니다


느닷없이 하게 되는, 

수동적인 게 우리의 사랑이며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할 거야' 다짐한다고 사랑이 

마구 생기지도 않습니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사랑은 

그대가 그를 사랑할 때가 아니라

그대의 사랑을 그가 

느꼈을 때 시작됩니다


(아무리 권력자가 '공정과 정의'라는

두 가지의 가치를 외쳐도,

사랑과 마찬가지로, 

무력자인 국민이 느꼈을 때

그 가치들이 의미 있는 외침이 됩니다


역사가 말하는 것을 보면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담는 

권력자의 주위에 

공정과 정의는 드물었습니다

그가 '국민이나 백성'을 입에 담을 때 

민중이 안중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잠깐 딴생각을 했습니다만,

그대가 그를 사랑하기 전에는

그도 그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그대가 그를 사랑한다는 건

그에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것뿐이란 것, 그리고

그 사랑이 무시당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제대로 사랑하는 것뿐입니다




그대가 사랑에 빠지고 

그도 사랑에 빠져버리면

생떽쥐뻬리가 말하는

그 기적이 일어난 겁니다


그대가 사랑에 빠지지 않은 채,

그가 사랑에 빠지기를 기대하는 건

가소로운 자기도취가 되지요

그때 그대의 자유분방함이 

이상한 영감과 예지력을 

그에 대해 갖게 되는데,

그게 현혹입니다


타인이 보기에 너무 재밌는,

말하자면 눈물이 있고, 

아픔이 있는 이야기는 대개

현혹이 만드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드라마처럼 다양하지만

늘 사랑에 대해서 말해도,

잘 들여다보면 사랑보다는

현혹된 사람의 이야기일 겁니다


왜 그럴까요 

사랑은 재미가 없습니다

해봐서 아는 겁니다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사랑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타인이 눈에는, 별 볼 일없는,

'그게 뭐야, ' 싶을 겁니다

오직 사랑하는 그대와 그, 

두 사람만 '정신없이' 재미있는 

이상한 이야기이거든요


하지만, 현혹에 관한 이야기는

가타부타, 왈가왈부, 

희비쌍곡선을 가진

세상을 사는 이야기여서

대개 재미가 있습니다


서로 마주하는 사랑이

정말 기적인지, 아니면

논리적 무결성을 추구하는 

현대를 사는 탓에

기적으로 보는 건지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진위 여부는,

흔히 하는 말로,

해보면 알게 된다고 해야겠지요


사랑,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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