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주기
지금 우리가 살아내는 이 삶이
세련된 건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어요
기실 즉물적이 되고 마는 섹스,
그리고 물리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
어이없는 폭력만 남을 듯한
이 시대에 얹혀있는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한 당신을
내가 즐기는 건
그야말로 기막히게 달콤한 일이란
생각이 자꾸 들어요
당신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나 자신이 달콤해지는 만큼,
문득,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게 거의 없어서
사랑에 빠진 걸까요
그래서 당신에게서 자유롭게
내 '꽃'을 피울 수 있어서,
그래서 당신이
달콤한 건가 싶은 하루였어요
사랑이 깨지는 건
흔히 지나치는 사소한 순간에
사랑한다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게 되면서일 텐데요
그렇다고 수시로 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앞서 걷게 만들며 당신의
뒷모습을 잠깐잠깐 보며,
당신이어서 보이는 사랑스러움을
내가 처음 본 것처럼
수줍어하지 않으며
즐기려는 나의 권리에,
당신이 어쩌겠어요
더구나 봄꽃 잎이 흐드러지게
바람에 날리는
이런 날이면 말이에요
당신은 그저 당신이니까
사랑으로 달콤한 것은
나 때문인가 봐요
혹시, 당신으로 비롯된다면
내 즐거움을 위해 내가
당신에게 집착하게 될 텐데,
그게 사랑이겠어요, 어디
당신만의 행복은
당신과 내가
헤어진 뒤에 빌어도
늦지 않을 거예요
내가 없는
당신의 행복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그런 바람일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동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즐기는 것일 거예요
따져보면, 결국 사랑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즐기는 것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당신도 분명
언젠가 나를 사랑하게 된
당신 자신을 즐기는 게
당신의 사랑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요
(내가 당신과 헤어질 때는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과 내가 하는 사랑이
우리에게
즐겁지 않아서 일 거예요
그렇게 사랑을 버리면,
그 후로도 우리가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남겠지요
하지만, 사랑이 즐겁지 않다고
칭얼거리는 나를
어쩔 수 없이 가엾게 본 당신이
'이해'하려는 순간부터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남기는
글러먹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나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버리는 게 당신에게도,
내게도 더 나은 결정일 거예요
사람은 이해하는 게 맞아도, 사랑은
이해하는 척밖에 할 수 없을 테니까요
혹시 그때가 되면
아주 냉정하게 돌아서 줘요
당신 속에 남게 될
사랑스러운 나를 위해서요
아무도 당신과 내가
그렇게 될 거라고 말하지도 않고,
지금이야 그럴 리 없다고
눈을 크게 뜨고 부정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미리 말해 두는 거예요
그리고 당장은
그러는 게 사랑일 걸요)
방금, 헤어졌는데
다시 보고 싶네요
당신은 몰라도
그런 나를 내가 즐겨요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당신을 즐겨줄 거지요?
그리고, 내가 어른을 사랑할 만큼
어린애가 아닌 건 확실하거든요
당신은 당신이 어른인 거 같아요?
어른이라면, 누가 사랑하겠어요
사랑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할 텐데,
내가 그런 숙맥까지는 아니거든요!
할 말이, 왜 항상 당신을
들여보내고 나서
마구 생기는지 알 수 없어요
가슴이 헛헛해져서 그럴까요
우리, 언제 봐요? 내일?
옷 갈아입고, 밤늦게 잠깐
또 봐도, 나는 좋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