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주기
우리가 사랑이란 말을 자주,
너무 쉽게 써서, 사랑에
무뎌지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누군가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
분별할 수 없다면, 다시 말해
자신이 사람에 무뎌졌다 싶으면,
그대는 그대와 그대의 삶을
토닥거리며 살 수는 있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기엔 늙은 겁니다
다른 한편, 사랑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을 때는
착각에 빠진 건지도 모릅니다
사랑이라면, 김춘수의 '꽃'을 넘어,
수사적인 표현으로 치부했던
사랑에 눈먼다는 말이
그대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에
곁에서 보는 우리가 동의하게 될 겁니다
일상에서 받고 건네던 의미가
사뭇 달라지는 게 보일 테니까요
어쨌든, 사랑이란 말이 흔해진 것은,
심정적으로 사랑을 낭만과
나란히 두게 된 탓일 겁니다
이 말은, 그대가 지금 사랑하지 않고 있다면,
그대 탓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됩니다
오늘밖에 없는 삶은,
백 서른두 살 삶의 오늘이어도
가장 젊은 날에 죽는 것이며, 그래서
어떤 죽음이든 당연하지 않습니다
죽음은 언제든 좀 더 깊게
사귈 수 있는 친구와 같습니다
사랑에 빠진 이가 흔히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사랑처럼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가져가는
단 한 가지 의미이기 때문이며,
그것이 가장 젊은 날에
찾아온다는 아쉬움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담겨 있어
내일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탓일 겁니다
이 말에 밑줄을 긋는 이가
드물어서 덧붙이면,
사랑에 조건이 따를 때는
그게 사랑인가 자문하라고
자주 쓰고 있습니다만,
'사랑해서, ' 또는 '사랑하기에'
해야 하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나쁩니다
쉽지 않지만, 사랑을 포함해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것에
익숙해져서 나쁠 게 없을 겁니다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이는데
무엇이든 사랑하되, 의미를 주지 않는
연습을 해온 지 꽤 됐습니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의미를 주고,
우리가 준 그 의미 때문에 우는,
때로는 좀, 한심한 동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가장 건강하게 사랑하는 길은
그를 포함한 누구에게든
의미를 주지 않는 것일 겁니다
관능이 방해를 하는 바람에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의 의미만 주는 연습을 합니다
아니, 미니멀리즘도 좋지만,
그것도 오직 그 하나의 의미에
매몰될 염려가 있어 위험합니다
사랑을 잃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의미이든 마찬가지인데,
아무리 사소해도 자신이 건넨 의미에
자신이 구속되는 건 흔한 일입니다
사랑이 다가왔을 때의 이야기여서
너무 낭만적이 아닌가 싶지만,
누군가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그냥 놔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대가, 그대가 진행하는
쇼이건, 이 삶의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할 듯싶습니다만
그대 삶의 가장 젊은 날,
누군가가 그대를 사랑하는데, 그리고,
그것이 그의 사랑에 불과한데,
도대체 그대가 남의 사랑에
시비를 걸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내일, 그대 자신이
누군가의 사랑스러움에 빠질지 모르고,
그 내일이 그대에게는
너무 어린 날이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