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엔 중고가 없다
사랑 근처도 간 적이 없는
그대의 삶에 부모의 것 이외,
사랑은 없어도 좋다
사실, 없어도 삶이 된다
찰나로 머물렀어도
하염없이 달콤했던 심정(深情)을
삶과 함께 가져갈 것이 사랑인 것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온전한 낭만인 까닭일 터다
치열한 사람살이 덕분에
자조적 의미가 되어버린
낭만이 선이 될 때,
사랑이 그 도가니가 되는 건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쓸데없는 탓에
아무데서나 구할 수 없고,
멋대로 사서 쓸 수 없는 탓에
그대 자신을 함부로 버리며
심로(心路)만을 따라
즐기게 되는 게 사랑이다
사랑을 삶의 덤으로 여기며,
그대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는
그를 보여줄 때 비로소 그대는
그의 사랑을 즐겨도 좋을 터다
그대로서 그의 외로움이 해소되거나
삶이 행복할 수 있다는 흰소리로
그대를 자극하겠지만, 오해는 말자
그의 입에 담기는 말이
그 스스로 견뎌야 할 고독,
고통 혹은 한(恨) 일 때,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그와 사랑에 빠진 거다
자신의 삶을 위한 도구로서
그대의 동정이 필요할 뿐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신을 사랑하는 거다
쓸데 있는 것들, 그대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것들로
고민했던 시간은 이미 죽어있다
하지 않아도 좋았던
쓸데없는 것들이 무던히
기억 속에서 오늘을 사는 법이다
어느 날 문득 귀갓길
올려다본 하늘의 별들,
깊은 밤, 혼자인 듯해 내다본
창밖의 불빛들이 주는 따뜻함,
그리고 문득 공부에 지쳐 즐긴
치킨 한 조각과 떡볶이,
타인은 괘념치 않아도 좋은 찻집,
찻잔을 잡은 그의 새끼손가락이
햇살에 비춰 보송해 보였던 순간,
눈을 아리게 하던 그의 사랑스러움 등,
삶의 방향을 좇는 것과는 무관한,
쓸데없는 것으로 채워진 기억이
글피, 그글피에도 그대의
삶을 풍성하게 한다
또한 사랑이 낭만처럼 된
요즘이 서먹하기도 하지만,
그대는 쓸데없이 사랑하자
달콤하려면 그래야 한다
다만, 그 사랑이 흔하지 않다
그래도 서둘지 말자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잖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