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의점
연애가 사랑보다
어렵다는 건
모두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연애를 해야 하면,
누구든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 자신은,
연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을러서 그렇기도 하고요
사랑이, 내겐, 좋습니다
노파심에서 부연하자면,
연애가 사랑보다 어려운 이유는,
사랑은 하는 주체가
나 자신이니까
내가 하면 하는 건데,
연애는 우리가 하니까요
당신과 나,
도대체 쉬울 수가 없지요!)
연애는 잘 만나,
잘 헤어져야 합니다
그 '잘'이란 걸 '나'가 아닌
'우리'가 해야 해서 어렵습니다
착한 사람으로서 말하면,
한 번의 삶에
오직 그 한 사람이어야
할 것까지는 없지만,
한 때, 그가 당신을 만나
세상을 얻은 이처럼
삶이 즐거울 수 있는,
그 잠깐이라도 놓치게
할 수는 없잖은가요
당신을 어떤 의미로 여겼던
그에 대한 고마움을
모른 척하는 건 야박합니다
그것이 당신의 삶이 한 때
당신과 인연으로 얽혀주었던
그에 대한 예의일 겁니다
연애를 하든 사랑을 하든
당신이 그 이벤트에 대한
틀이나 로망을 품고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빠지기가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당신이 가진 로망은,
단지, 카메라를 의식한 채
눈물을 짜내야 하는
드라마 속의
'비련의 주인공'이 될
자세는 된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줄곧 내가 주인공인
소설을 끊임없이,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전혀
개연성 없는 소설을 씁니다
그는 그 소설 속의 공동 주인공이
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도 자신의 소설을 열심히
쓰고 있는 사람일 것이거든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수록
경이로워지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이든 연애이든 그를 위해
당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면
흔한 말로, 잘못된 만남일 겁니다
당신이 거기에 빠져
자신이 놓인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즉시 그 관계를
해소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막말로, 한밤에 그와 함께
남의 집에 칼 들고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요
하고 싶은 걸 하고,
아니면, 하지 않습니다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해주고 싶은 것을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당신은 구속되어 있습니다
당신 자신의 사랑에, 혹은
그의 당신 사랑에, 또는
그 자신의 자기 사랑에
구속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사는데,
그걸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이 저 혼자 히죽거리는데,
그게 행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에게
뭔가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당신을
그 뭔가로 받아들이니까요
구속당한 사람이
구속을 풀 수는 없습니다
구속한 사람, 아니면,
누군가가 풀어줘야 합니다
삶이 피곤해지지 않으려면
아예 구속되지 않아야 하는데,
방법은 간단합니다
사랑할 자유와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가진 당신이
그를 사랑하는 겁니다
언젠가도 말했듯이,
머리카락에 빗질을 하고,
옷을 골라 입고, 집을 나설 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그래야 하는 겁니다
연애를 하면, 흔히
머리카락과 옷이 보이지만
사랑을 하면, 좀 더
그 사람이 보이는 법입니다
그렇게 해서, 도대체 언제
그를 만날 수 있겠느냐?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영화**, '남아 있는 나날'의
제임스와 샐리처럼
삶과 타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필 잘 못 만나
그나마 평범해도 좋은 삶을
조지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다가오는 가을에 어울리는
생각이기를 바랍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의 결말은
극적인 면에서 약간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