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삶, 좋은 사랑

생각편의점

by 어뉘

바람직한 삶, 좋은 사랑





<하나 - 마음 가는 대로 둔다>


세월에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

한정된 시간 때문이듯이,

사랑도 그렇다는 걸 알게 되면,

흔한 말로, 마약보다 나은

환희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사랑해야 하는데,

가지려고 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의식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데에 쓸데없는

머뭇거림이 줄어들 겁니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에

구속되지 않아도 되니까요


오늘, 사랑을 고백한 당신이,

내일은 '사랑하지 않아'라고

함부로 말해도 됩니다

그걸 비난하는 그는 당신을

사랑할 자격이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가책에 묶여

'사랑해야 할 의무'를 짊어진다면,

결국 희망고문에 가면까지 씌운

사랑으로 당신 자신과 그를

피폐하게 만들 겁니다


우리는 부모로서의 본능,

혹은 내 삶에 주어진 자유에 따라

사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럴듯하게 말하면,

의도를 갖지 않은 애착을

우리는 찐사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자신의

심로心路를 따르는 내가

조금 더 진실할 수 있고

조금 더 사랑에 빠질 수 있고

그에게 더 달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만난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면서,

사랑하기에, 그리고 언젠가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기에

현재 자신 앞에 있는 그가

더욱 사랑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나 - 삶은 있는 대로 받아들인다>


이 세상에 멱살 잡고

다투어야 할 것은

그 세상과 다투려는

자신의 마음뿐일 겁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

좋다는 건 대개 먹어치우고

남기는 건 대개 쓰레기입니다


상대는 장식의 소재가 아니어서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하고,

뭔가를 바꾸려면,

바꿔야 할 것을 아는

나 자신을 바꿉니다


나 자신 역시 바꿀 수 없다면,

그 사랑은 끝나야 합니다

그건, 끝내도 괜찮은 사랑입니다


사진과 카메라로 눈에 익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명소들이

직접 가서 맨눈으로 보면, 그저

풍경의 일부가 되고 맙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건,

흔히 보는 그림과 사진,

혹은 영화포스터의 매력이

그 대상을 일정한 틀 안, 다시 말해,

액자 안에 가뒀기 때문입니다


한 번뿐인 제한된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삶이 소중해질 테며,

사랑 역시 '너와 나'의 틀 안에

서로를 넣어놓으면,

'너와 나'가 두 번 겪을 수 없는

절실한 맛을 낼 수 있을 겁니다




<하나 - 당신이 가진 건 현재뿐이다>


미래를 가져본 적이 없으면서

줄곧 거기에 매달려

오늘을 소비하는 게

우리 인간입니다


현재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여기면

우리는 고해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떤 상황에 놓였든,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참아내야 힐 테니까요



지금, 그를 사랑합니다

당신 자신도 모르는 것을

내일의 당신이 오늘과 같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당신은

지금 그 맹세를 하고, 그게

현재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의 눈이 동그래져도 말이지요


어렵겠지만,

그래야 내일도 그 맹세가

현재가 되도록 또다시

맹세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사랑해서 하고 싶은 말은

오늘, 지금, 당장 합니다

내일, 그 말이 무슨 뜻이 될지

오늘은 알 수 없으니까요

그 말이 내 마음일 때

그 말을 하는 겁니다

마음은, 내일도 쓸 수 있는

돈과는 다르니까요




<하나 - 죽음조차 고맙다>


삶은 결국 빈손으로 끝납니다

아직 빈손이 아닌 오늘을

감사해도 좋을 겁니다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고

당신과 함께 순장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삶이 가르쳐주는 건,

당신이 과객이라는 것과

여기 머무는 동안 그를

사랑하고, 사랑하게 해 준 그를

감사하는 걸 겁니다


그를 포옹할 때는,

"당신을 포옹할 수 있어서 고마워, "

그의 손을 잡고,

"당신의 손끝에

감각신경이 살아있게

간수해 줘서 고마워, "

그리고, 하다 못해,

"당신이 나를 만날 때까지,

애써 살아준 당신에게 고마워, "

그럴 수 있을 때

삶이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그저 고맙게 보면

삶과 사랑이 맞닿아 있어서

왜 법정의 삶이 괜찮았는지

이해가 될 듯하고, 우리가

그 삶을 흉내 내려 하지만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삶의 무게가 새로워지는데,

법정의 삶을 제대로

흉내 내리라 생각했다면,

그 삶의 무게도 즐거울 겁니다


'나의 삶'이나,

'너와의 사랑'은

한 번이라서 한 번만

견뎌내면 되니까요

고마울 수밖에요




우리와 시대를 공유했던 이 가운데

삶을 진정 사랑한 이는

법정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의 삶엔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다들 알겠지만

꺽쇠, < >로 묶은 사변은

<법정>의 삶을 들여다본 이들이

읽은 법정의 삶에의 태도입니다


그 삶을 사랑으로 치환해 보니,

법정의 삶에의 태도가

그 자체에 상처받지 않는

사랑법과 통한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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