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의점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으려는 것들입니다
당신 자신이 어떤 것이든 강요를
사랑 때문이라 우긴다면, 당신이
범상한 사람이 아닌 한, 자신의
심리적 결함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당신이 그저 착한 게 아니라
행복하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그런 당신을 흔히
볼 수 없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게 자연인데,
그대로 존재하지만
당신이 의식하지 않아도
울분을 터뜨리지 않습니다
자연이 당신에게
왜 사랑해주지 않느냐,
시비를 걸 때는
당신이 자연에게 먼저
시비를 걸었을 때입니다
(요즘 날씨가 그걸 말하지요)
한편 내 이야기를 하면,
내가 당신을
진정 사랑하지 않을 때
오히려 당신을
구속하려 한다는 것도
기억해 둬서 나쁠 건 없겠습니다
"대체, 자유가 왜 필요해!"
우선, 나는 자유의 필요성을
무시하려고 할 걸 겁니다
아니, 당신의 자유는 내 사랑에
아예 쓸데없다고 여길 겁니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당신을 독점하려고 하겠지요
알다시피, 배려란 것은
후천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익히기 어려운 즐거움이니까요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흔히, 악당이기 쉽습니다
그런 내가 보이면
가차 없이 버려야 합니다
성향에 따라, 혹시
내가 당신을 독점하려는 게,
당신에겐 즐거울 수도 있겠는데,
구속되는 것이나
소속되는 것의 속성이
원래, 그렇거든요
그저 배경에 불과한
행인 1, 혹은 행인 2에서 당신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거니까요
그러나 모든 환호를
받을 수 있다면,
또한 모든 비난도 품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어떻든, 내가
당신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
그 이유는 하나, 아직
내가 당신을 사랑할지, 아닐지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
나를 서둘러 알려면,
당신이 나를
사랑하면 됩니다
눈길이라도 한번 더 주며
내게 말해 봐야 합니다
"널 사랑해!"
이 말을 뱉기 전에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 가슴을 덮친다면,
당장 그만두세요, 아직 당신은
사랑에 빠지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해야겠다면,
당신은 내게서 나 아닌
다른 뭔가를 갈취하려는 것입니다
결국, 당신은
내 사랑을 받지 못할 겁니다
당신에게 내가
해가 될지, 이가 될지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
그 불확실성이 우리 삶을
즐긴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그 누군가에게 주어진
자유를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침내 그도 당신을 사랑하게 되면
당신에게도 자유가 주어진다는 걸
다정하게 일깨워주어야지요
그래야 서로 만나지 않고
사랑하지 않아도
사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는
당신과 그가 조우하여
서로 사랑한다는
달콤한 기적에도
놀라지 않을 테니까요
최신유머집을 읽으면서
웃지 않는 나이가 될 때라도
"이 나이에 뭔!"
사랑에 금선禁線을 그으면
당신이 좀 모자란 겁니다
사랑을 나이에 맡기는 것은
당신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나이는 역사를 따져 묻고
내일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지만,
오늘에 대한 답이 있다 해도
그저 선언宣言적일 뿐
늘 애매모호합니다
당신이 사랑할만한 나이는
당신의 삶으로 잴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여섯 살의 사랑과
여든의 사랑은
삶을 위한 효용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것일 뿐, 같습니다
그래서 삶은 살아봐야 하고,
항상 현재를 삶이라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은 누가 뭐래도
현재진행형밖에 없으며
지금 당신의 '나'에게
맡기는 게 맞을 겁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랑은
오직 사랑 자체와 싸웁니다
당신의 삶에 누군가를
사랑할 자유와
그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허용하는 한 말이지요
*나태주의 시, <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