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바로 나에요
살다 보면 이런 일을 겪을 때가 있다. 부당한 서비스를 받거나 손해보는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의 책임을 묻기 위해 누군가에게 따져 물어야 하는 상황 말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를 제조 업체 가서 사는 사람 있나? 없다. 대부분 딜러나 영맨을 통해서 구매를 하게 되고, 구매 비용과 사용법 등 관련 사항을 모두 그들에게 공유 받는다.
그런데 인수한 차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누구에게 클레임을 해야할까? 딜러다. 그 이후 절차가 어떻게 될 지는 안내 받아야겠지만, 가장 먼저 연락을 해야 할 대상은 1차적으로 그들이고, 당연히 가장 감정이 좋지 않을 때이기도 하다.
그럼 딜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차를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따져 묻냐고 싸워야 할까? 그건 직무유기다. 정상적인 세일즈맨이면 그냥 싹싹빌고 차후대책을 안내해야 한다. 다른 경우라면 어떨까, 편의점을 예로 들어보자. 구매한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일단 편의점으로 찾아가 환불/보상을 요구하거나, 콜센터를 통해 클레임을 접수한다.
앞서 예로 든 2가지 상황에서 클레임을 받는 대상자 모두, 사실 제조 업체와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공통된 점이 있다면, 고객에게 물건을 인수하기 바로 직전의 셀러나 판매처이거나, 공식적인 클레임 접수처란 사실이다.
간혹 이런 말과 글을 자주 듣고 보는데, "상담 직원이 무슨 죄"냐는 맥락의 말이다. 물건을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그 물건을 검수해서 팔 의무도 없는 사람이 단순히 CS라는 이유로 고객에게 볼멘소리를 들어야하는 것 말이다. 이 의견엔 '그치, 상담직원이 무슨 죄야'하며 관성대로 생각했었는데, 이젠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인격모독 수준의 말을 하는 고객은 논외다.
위 말에 대한 내 의견은 아래와 같다.
1. CS는 원래 그런 직무다.
1-1) 그래서 돈을 받는 거다.
1-2) CS는 아니지만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나도 가끔 가맹점주와 설전을 할 때가 있다. 고객의 클레임이 흘러흘러 나에게 까지 온 상황이고, 상품하자에 대한 이야기다. 왜 이 회사는 상품을 이따위로 만들어 고객에게 욕을 먹어야 하냐-는 말이다. 나는 왜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나한테 화풀이하냐고 받아칠 때가 없진 않다.
이런 류의 말을 들었던 초반엔, '내가 상품을 만든 것도 아닌데 애꿎은 나에게 화풀이 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물건이 이상하면 점주도 고객에게 욕먹을만 한 거고, 회사를 대변해서 관리하는 나도 점주에게 욕먹을만 한 거라고.
며칠 전엔 치킨을 시켰는데, 다른 브랜드의 치킨이 왔다. 같은 브랜드면 그냥 먹을까도 했지만 아예 다른 음식이라 상담직원과 통화했다. 라이더가 5분만에 돌아와서 다시 놓고간다는 말을 듣고 끊었는데, 한 20분이 지났을 무렵, 벨도 누르지 않고 조용히 놓고 간 걸 보고 좀 빡쳤다. 게다가 비오는 날이라 치킨 박스는 다 젖어 있고, 빨간 국물은 여기저기 묻어 있었으며, 음식도 당연히 식어 있었다.
전화했다. 성격상 따져 묻지는 못해서 상황에 대해 말씀드렸고, 원하는 보상을 받아서 마무리했다. 아주 좋은 마무리였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도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내부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상안만 존재했거나 아예 없다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더 쎄게 따져 물었을 거다. 그리고 그 대상은 상담직원이 될 거다. 그렇다면 그 클레임을 듣고 있는 상담직원은 억울한 걸까? 혹은 따져 묻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 직원이 할 수 없는 의사결정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토스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고객이 경헌한 부당함에 대해선, 다소 과하더라도 그걸 표출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는 거다.
나도 이 업에 있으며 참 곤란한 일이 많다. 나름 요령이 생겨 같이 회사를 까주면 스탠스가 비슷해지긴 하는데, 늘 그게 가능한 것만은 아니어서 힘들 때가 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아무개의 말인 "회사에서 주는 돈은 스트레스와 욕값이다"가 불현듯 스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