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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May 03. 2021

그대들은 편식을 하고 나는 편애를 한다

그대들의 입과 내 맘은 닮았다

그대들은 편식을 하고,


우리집 밥을 먹는 학생들 중에 편식하는 이들이 있다. 호불호가 또렷한 음식은 카레라이스와 청국장, 생선류 등이 대표적이다. 카레라이스는 언제 해주실 거냐 묻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카레라이스가 주 메뉴로 나오는 날이면 입구에서 돌아가는 학생이 있다. 그래서 카레라이스를 준비하는 날에는 짜장을 같이 준비했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준비하려니 퍽 좋은 메뉴도 못되면서 에너지를 두배로 쏟아야 하는 게 힘들어 점점 횟수를 줄였고 일 년에 전, 후반기 한번씩 준비하는 것으로 변경을 했다. 그리고 청국장은 주메뉴도 아닌데 못 먹는 학생들을 위해 된장국이나 콩나물국을 함께 끓여야 하는 게 번거로워 겨울철 한가한 때에 한, 두 번 끓이고 있다. 생선은 호불호가 심해도 균형있는 식단을 위해 규칙적으로 준비한다. 이런 정도의 편식은 보편적이라 이야깃거리가 못된다.


문제는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나왔을때 편식을 하는 학생들에 대하는 내 마음이다.

친구들과 여럿이 술집에 갔는데 술은 하나도 안 마시고 안주발만 세우는 사람, 땅콩이나 뻥과자 같은 기본 안주 말고 비싼 고급 안주를 술 마시듯 먹는 사람, 그런 사람과 닮은 사람 말이다.

우린 밥집이고 자율 배식을 한다. 한 끼 밥을 먹기 위해 오는 집인데, 밥은 공기 바닥에 깔고 밑반찬이나 김치류도 없이 반찬 접시 가득 주메뉴만 올라가 있는 상차림을 보면 술집의 그런 친구가 떠오른다.

술값을 계산하는 입장에서 친구가 얄밉기도 하지만 성격도 좋고 술 먹지 않아도 분위기 띄우고 친구들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의리가 있어 술자리에 빼놓지 않는다.

나도 편식을 하지만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 입구에 들어오면서부터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배식대를 지나 식탁으로 가면서도 맛있게 먹겠다고 목소리 높여 인사를 하고 가져간 음식은 다 먹고 깨끗한 접시를 반납할땐 맛있게 먹었다고 웃으면서 말하면 기분이 좋다. 내가 음식을 제법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우쭐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술집에 갈 때 바쁘면 안 와도 되겠다 싶은 친구가 있다. 그는 안주를 이것저것 주문해 놓고 음식 맛이 어떻다고 핀잔을 하며 또 다른 안주를 주문 한 후 적당히 끼적거리다 남겨 놓는다. 술값을 계산할 때엔 속이 쓰리기도 하지만 그집 안주 맛이 나쁠 수도 있으니까 이해를 하려고 한다.

요런 친구처럼 접시 한가득 담아 가서는 반쯤 남겨오는 학생이 있다. 적당히 먹어보고 맛있으면 다시 가져다 먹으면 좋겠는데 욕심껏 가져다 반만 먹고 반이 버려지면 후반부에 음식이 부족하기 일쑤다. 나도 그 학생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들지 못한 죄를 지었으니 속은 상하지만 억지로 이해하기로 한다.


나는 편애를 한다

"이모 이모, 저 오늘 머리 했는데 어때요?"

웃는 얼굴이 맑고 깨끗한 규가 물었다.

귀 옆을 단정하게 다듬어 동그랗고 뽀얀 얼굴이 더 맑아 보였다.

"예쁘게 잘 깎았네, 사랑스러워~."

함께 있던 친구들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대박, 사랑스러워, 와~~ " 하며 웃는다.


규는 볼때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가져간 음식은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고 늘 맛있다는 말로 마무리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의 학생이다. 그런 규가 머리를 예쁘게 깎은 것뿐만 아니라 이모를 연달아 부르며 다정히 묻는데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가끔 우리 학생들에게 "사랑해."라고 말한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이모, 오늘 고기 양념은 어떻게 한 거예요, 최고로 맛있었어요.", "이모, 오늘 오징어 초무침 진짜 최고예요.", 이모, 전 오늘 스테이크가 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흐흐, 뜻밖의 리액션 고마워, 우리 우! 사랑해", "고마워, 이모는 그런 말 너무 좋아해, 수야! 사랑해.", "아오, 진짜 좋아, 권! 사랑해", "만세, 은이 사랑해."


지금 사랑하는 그들 이외에 전년, 그 전년도, 이일을 시작한 해부터 계속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 순간 긴장하며 학생들을 맞이하던 첫해, 식사 때마다 맛있다고 말해주던 성이와 영이, 우리 집 메뉴는 비밀임에도 돌아가는 순서를 알아채고 그날의 메뉴를 친구들에게 일러주던 민이와 친구들, 고기 먹는 날엔 청양초를 한개씩 따로 달라던 근이, "이모는 딸이 없으니까 이렇게 예쁜 것은 제가 해드릴게요."라며  졸업 전에 우리 집 이름표를 메단 지방이 인형을 선물해준 정이, 그밖의 어쩌다 찾아오는 졸업생들이 계속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임고생 시절 밥 먹는 시간만이 행복했다며 이모 덕에 따뜻한 추억을 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요즘 어떻게 사냐고 물으면 자취를 하다 보니 나물 먹기가 어려운데 여기서는 식사 때마다 나물을 먹었었다고, 가지는 전혀 안 먹다가 이모가 가지 튀김을 한 번만 먹어보라고 해서 먹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가지 음식을 찾아서 먹게 되었다고, 이모밥을 먹기 시작할때는 편식을 했었는데 일년동안 친구들과 나물반찬과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먹다보니 편식을 안하게 되더라는, 결국은 음식 이야기로 마무리 되기 일쑤다.


군에서 사병에게 핸드폰이 지급된 기념으로 이모에게 전화했다던 영이도 계속 사랑한다. 이모가 밥해주느라 고생하니까 임용고시 합격하면 보약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영이 친구 훈이는 임용고시가 끝나자마자 단감 한 박스를 사 와서는 "보약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어요, 감사해서 감을 사 왔어요."라며 나를 감동시키기도 했었고 얼마 전엔 통역병으로 근무 중이라며 멋진 제복을 입고 찾아왔던 그도 계속 사랑하는 사람이다.

밥을 먹는 것으로 시작해 여러가지 음식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다정한 인사와 친근한 대화가 쌓여 그리워하고 계속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공공연하게 우리 집에는 애정의 순위가 있다고 말한다.

인사 잘하고 밥 잘 먹으면 1등급이고 사랑한다. 편식을 하지만 음식을 남기지 않으면 우수하고 예뻐한다. 편식이 심하고 음식도 남기면 그냥 괜찮다(내가 음식을 잘못 만들었다고 인정하지만 내 맘이 상한다).

그리고 특별한, 계속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특별히 사랑하는 그들의 수가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편식을 했지만 나중에는 그 음식을 찾아 먹게 되었다는 그들처럼 올해의 그대들도 괜찮은 사람에서 계속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아주길 소망한다.


하숙집 이모의 책 소개

하숙집 이모의 건물주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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