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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May 28. 2023

늙은 엄마도 그네 타는 걸 좋아해

동심이 아니라 그냥 마음

남편이 원룸 옥상에 있던 그네를 해체해 친정엄마의 정원으로 옮겨 조립했다.

그 사이 엄마와 나는 밭에서 고추를 심기 위해 밭을 고르고 두둑을 만드는 기초 작업을 했다.

농사일의 근육과 식당일의 근육은 달라 허리와 팔뚝이 아팠다.

다행히 올해 경작지가 줄어 일은 오전 중에 마칠 수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들고 그네에 앉으니 엄마도 뒤따라와 쳐다보셨다.

같이 앉으시라고 옆 빈자리를 툭툭 털자 그네에 엉덩이를 슬쩍 걸치셨다.

등받이에 허리가 닿도록 깊이 앉고 다리를 편안하게 놓으시라고 권하자 얼굴에 웃음이 맴돌다 입안에서만 오물거리셨다.

모녀가 앉은 그네를 남편이 밀어주자 그제야 엄마는

"사위덕에 집에서 그네를 타네."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으셨다.

엄마와 내 발이 땅에서 떨어져 가볍게 날았다.

"좋다." 혼잣말처럼 조용히 말씀하셨다.

재밌냐고 물었다.

"그럼 재미있지."

"그네에 앉아서 예쁜 저수지 보면 좋겠구나!"

말을 덧붙이셨다.

엄마의 말과 행동이 귀엽다.

할까 말까 망설이고, 수줍게 웃고, 동요를 부르고, 책을 읽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아이처럼 순수해 보인다. 그래서 동심을 간직하고 있구나 생각하다 왜 그런 마음을 그냥 마음이라 하지 않고 동심이라고 생각될까 아쉬움이 들었다.

가만히 엄마의 말을 되새기다 알 것 같았다.

예쁜 저수지를 보고 있으면서 "보면 좋겠구나." 하는.

지금은 딸과 함께 보고 있지만 혼자의 시간에 이렇게 앉아있을 것 같지 않은,

땅에서 발이 떨어져 공중에서 나는 잠깐의 여유는 '그러면 좋겠는.' 동심의 세계에만 있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엄마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음은 동심이 아니라 그냥 마음이기로 했다.

그래야 엄마의 오늘과 내일, 웃음을 우물거리지 않고 그네를 타고 저수지를 보며 두 발이 땅에 떨어져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네 타는 거 좋잖아, 이제부터 커피는 여기 앉아서 저수지 경치 보며 드세요."

대답 없는 엄마 쳐다보며 힘줘서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니까 딸내미 팔 아프고 허리 아프게 고추 심지 마시고 함께 놀아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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