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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Apr 26. 2020

말만 해라 엄마가 해줄게!

골뱅이 소면 비빔

아들이 셋이다. 어려서부터 큰 걱정시키지 않고 정신과 육체 모두 건강하게 잘 성장해 주었다. 힘든 일도 있기는 하였을 것이나 다 잊어버렸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 아니 요즘 조금 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진리다. 큰 두 아들이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막내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뭔 짓을 해도 이쁘고 뭔 소릴 해도 맞는 말이다. 뭘 요구해도 해주고 싶고 툴툴거려도 봐줄 만하다.


그냥 막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닌듯하다. 둘째와 여섯 살 터울이어서 위의 아이들이 집을 다 떠나고(둘째는 고등학교때 부터 기숙사 생활을 함) 남편과도 주말부부를 하던 때에 둘이 서로를 의지하고 안색을 살피고 함께 책 보고 무슨 일이든 의견을 교환하며 지냈었다. 막내의 말을 빌리면 엄마를 가장 많이 아는 아들이고 엄마의 감성을 가장 많이 이해하는 아들이 저란다.

다른 식구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자랑을 하자면 확실한 내편이다.


그런데 이 아들이 올해 고3이다. 코로나 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아이가 이상해졌다.

예민하게 행동하고 화가 난 투로 말을 하고 별일도 아닌 것 같은데 신경질을 부린다.

처음엔 이해를 했다. 심난하겠지, 걱정이겠구나, 어떡하냐 다들 같은 상황이니 알아서 열심히 준비해야지, 뻔한 말로 위로하였으나 먹히질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 아니요. 화났어? 아니요. 그럼 왜 그러는데? 뭐가요.

흡사 사춘기 아이처럼 행동한다. 사춘기 때도 안 그러던 녀석이 그렇게 나오니 당황스럽고 급한 마음에 엄마 속상하게 왜 그러냐고 감정에 호소도 하고 문제가 있으면 말하라고 달래도 보고 큰형더러 구원 요청을 해서 물어도 보았지만 별일 없단다.


작전을 바꾸었다. 뭐 먹고 싶어? 생각나는 게 없어요. 그럼 뭐 먹을까? 아무거나요. 식 할까? 사회적 거리두기 하라잖아요. 아니요 로만  대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어서 자꾸 알은체를 하며 접근을 시도했다.


아 진짜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서 한 발짝 물러나 바라다보기로 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예전처럼 행동했다. 겉은 아무일도 없는 척 하나 힘들다. 그저 이쁜 아들인데 즐거운 대화를 못하니 속을 끓인다.


개학은 여러 차례 연기되다가 겨우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숨이 풀렸는지 말을 걸어온다. 내일 아침에 8시 30분부터 강의 들어야 하니까 일찍 깨워 주시면 좋겠어요. 아 말이 길어졌다. 알았어 몇 시에 일어날 거야? 7시요. 오야! 그러니까 일찍자라. 알아서 할일 하다가 잘께요. 잊지 말고 깨워나 주세요.


조금씩 말이 길어졌다. 원에서 늦으니까 밥은 다녀와서 먹을 거예요. 참 토요일에 시장 다녀오실 때 골뱅이 좀 사다 주세요 팔*비빔면 사서 골뱅이랑 비벼 먹을게요. 오야~~ 엄마가 소면이랑 같이 해줄까?

음! 그것도 먹고 제해서먹을게요. 휴~ 이제 좀 살 것 같다. 아들의 말문이 열리니 나는 신이 났다.




그래서 오늘 저녁으로 골뱅이 소면을 준비했다.

준비물 : 캔 골뱅이 400그램, 소면 3인분, 오이 1, 상추 5장, 양배추 약간, 당근, 다진 마늘, 참기름, 매실청,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약간, 올리고당 약간, 사이다 2 스푼


면 삶을 물을 끓이는 동안,

먼저 고추장, 고춧가루를 1대 1로 넣고 다진 마늘과 참기름 매실청 올리고당 식초를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골뱅이는 자숙된 상태지만 끓는 물에 한번 데쳐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오이와 양배추 양파 당근은  채 썰어 놓는다.


쫄깃한 면 삶기는 아주 쉽다. 끓는 물에 소면을 넣고 끓어오르면 찬물 1컵을 다시 넣어 준다. 다시 끓어오르면 젓가락으로 면을 하나 집어 투명도를 확인한다. 맑고 투명하면 잘 삶아진 것이다. 면을 꺼내서 찬물에 여러 번 헹군 후 채에 받쳐 물기를 빼준다.


야채에 양념장을 넣고 손으로 버물버물 한 후 맛을 본다. 맛이 좋으면 접시에 올리고 소면을 사방에 둘러 앉혀주면 끝이다. 욕심을 부려 전문집 맛을 내고 싶다면 필살기가 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사이다 두 스푼을 넣고 비벼주면 완성도 높은 맛이 난다




아들이 뭘 먹겠다는 요구가 없이  여러 달 동안 지내다 겨우 나온 말, 골뱅이가 너무 반가워 골뱅이 소면을 만들어 놓고는 식탁에서 신이 났다. 맛있지?  사이다는 말이지 전문집 비법이기도 하다. 혹시 막국수나 비빔국수 주문했는데  맛이 부족하면 사이다 달라해서 한 스푼 넣어주면 정말 맛있거든! 아들 진짜 맛있지?

네! 어라 여전히 말이 짧다. 괜찮다. 앞으로 요구가 많아지고 말도 길어지겠지! 빨리 대면 개학을 기다릴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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