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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Apr 23. 2020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을 준비해

 먹고 싶은 것만 먹는 그대들

비빔밥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고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준비하는 과정이 다소 바쁘기는 하지만 실패할 확률도 거의 없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비빔밥을 한다. 이날엔 머릿속으로 찾아오는 손님 몇 분이 계신다. 야채를 안 먹는 진이, 귀염둥이 겸이, 눈동자가 송아지처럼 맑은 비건 연이다. 


야채비빔밥이 주메뉴, 잔치국수가 딸림 메뉴로 나온 날,  진이가 들어와 메뉴판을 쳐다보고  다시 나간다. 그가 우리 집에서 밥을 먹던 첫날 반찬 접시에 야채는 김치 한 쪼가리도 없었다." 에구 이게 뭐야 조화롭게 먹어야지" 웃으며 말했더니 "전 야채는 못 먹어요" 했었다. 저도 민망하게 웃고 그 웃음에 나도 웃었다. 야채를 먹지 않는 학생들도 비빔밥은 먹는데 진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 가버린 것이다. 


이런 학생을 위한 해결책은 매운 것 못 먹는 아기들에게 주던 달걀 비빔밥이면 되겠다 싶었다. 볶음 고기와 김가루 달걀프라이에 맛간장과 들기름 그리고 깨소금을 비빔밥 그릇에 따로 준비해 놓는다. 들어왔다 다시 나가려는 진이를 부르고 그것을 주었다. 얼굴이 환해졌다. 다음에도 해 놓을 테니 와서 가져가라고 말해주었고 그 후 비빔밥이 주 메뉴인 날 자연스럽게 내 앞으로 와서 히히히  웃으며  제 것을 가져갔다. 


마지막으로 밥 먹는 날  "내년엔 제 동생이 올 거예요, 동생은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이름이랑 과를 알려 달라니 "딱 보시면 알아보실걸요" 하고 갔다. 다음 해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는 날 아침부터 설렘이 있었다. 작은 진이를 못 알아보면 어쩌지, 누가 진이 동생이냐고 물어보기도 이상할 거야  이런 걱정을 하면서 학생들 맞이하는 중 여학생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이미 환한 웃음이 나왔다. 작은 진이다. 언니랑 똑같다. 내 웃음을 보고 진이도 알아차렸나 보다 "이모가 먼저 알아보실 거라고 언니가 말했어요" 한다. 작은 진이는 언니 말처럼 뭐든 잘 먹었다. 


진이의 달걀 비빔밥을 보고 겸이가 자신도 그렇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매운 거 못 먹냐고 야채가 싫으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매운 것 좋아한단다. 그런데 "냥 맛있어 보여서 먹고 싶은데 이모가 힘들면 안 해주셔도 된단다". 힘들게 뭐가 있겠는가 다음부터 네 것도 준비해 놓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해 비빔밥을 준비하는 날에는 달걀 비빔밥 두 개를 따로 준비했다. 겸이는 선생님이 되어 교실에 있으면 학부형이 선생님인지 아이들인지 구별을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아담한 키에 앳된 얼굴로 말투가 너무 귀여워 별명이 겸이다. 


연이는 눈에 보이는 고기만 안 먹는 비건이다.  닭죽의 죽은 먹고 고기는 꼼꼼히 골라 놓는가 하면 미역국은 먹는데 소고기는 골라 놓는다. 김치찌개는 먹고 고기를 빼놓는다. 만두는 만두피만 먹는다. 그래서 맘이 쓰이긴 해도 따로 손이 가지는 않았다. 비빔밥 첫날 고기를 골라 놓느라 고생한 흔적이 보였기에 달걀과 고기가 없이 준비를 했다가 건네 주니 이쁜 눈을 마주치며 "번거롭게 해서 고맙고 죄송하다"고 한다. 별소릴 다한다고 그 정도는 번거롭다는 축에 끼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연이는 매일 웃음으로 대했다. 눈에 보이는 육류는 먹지 않아 접시가 한산한 날은 야채처럼 싱그럽게 웃고, 주메뉴가 불고기나 삼겹살인 날은 두부 부침이나 두부튀김을 따로 준비해 주면 고맙다고 큰 소리로 웃고, 만두처럼 겉만 먹고 속이  버려지는 날은 접시가 어수선하니 민망해서 배시시 웃는다. 송아지 눈동자처럼 맑고 큰 눈을 마주칠 때 기분이 좋아지는 연이다. 


비빔밥 준비물 : 상추, 콩나물, 시금치, 당근, 생채, 고사리, 무생채, 볶음고기, 김가루, 달걀, 들기름, 고추장 

비빔밥에 무슨 비결이 있을까 계절에 따라 야채가 조금 달라지고 콩나물 아삭하게 데치고, 되직한 고추장에 매실액을 넣어서 걸쭉하게 만들면 끝이다. 


딸림 메뉴였던 잔치국수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경이는 국수는 더 많이 주세요라는 말을 노래하듯 리듬 있게 말해 주었다. 정이는 전문집보다 더 맛있다고 극찬을 해주었다. 덕분에 딸림으로만 하던 잔치국수를 작년부터 한 끼 정식 식사로 승격시켰다. 


잔치국수 육수내기

주재료: 무, 파, 양파, 배추, 다시마, 국물멸치, 고추씨, 부재료: 멸치액젓, 국간장, 굵은소금, 후추, 다시다 약간


무, 파, 양파, 배추, 고추씨, 대파를 뿌리째  넣고 두 시간가량 끓인 후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15분에서 20분간 더 끓인 후 모두 건져낸다. 부재료를 넣고 간을 맞추면 된다. 중요한 것은 육수에 무와 대파가 꼭 들어가야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한끼를 책임지는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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