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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Mar 02. 2020

오이가 역겹다고?

누군가에게 싱그러운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비린내로 느껴질 수 있다.

대학교 앞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상대로 하숙 겸 매식 집을 양수받아 운영하던 첫해,

우리 원룸에 거주하던 영준이(가명)가 쫄면을 준비한 날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문 입구에서 주춤주춤 하더니 그냥 돌아서 나간다.

그리고는 정해진 식사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다시 들어왔다.

자율 배식대를 지나쳐서 주방 쪽으로 와서는,

"이모 죄송한데요, 혹시 오이를 빼고 따로 주실 수 있으세요?"

"어? 오이 못 먹어? 알았어 빼고 다시 해 줄게"

남편은 에이 그냥 먹지, 오이 맛있잖아 하며 한번 먹어보라고 권유한다.

"아니야,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오이 빼고 금방 만들어서 가져다 줄게" 

이해해서가 아니라 식당이라는 것 처음 경험이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를 해 주는 게 당연하다 싶어 오이를 넣지안은 쫄면을 준비하여 자리에 가져다주었다.

음식을 받은 영준이는 다른 건 다 잘 먹는데 오이는 냄새가 너무 역겹고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못먹는다, 귀찮게 해서 죄송하다며 자신의 오이 거부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오이 냄새가 입구에서부터 나 저녁을  안먹으려다가 내가 궁금해 할까봐 오이 못 먹는다는 말씀드리려고 일부러 왔다고 덧붙여 말한다.

"아! 오이!  비린내가 나서 역겹구나! 내 말로 확인을 하고, 알겠어 이모가 기억하고 있을게, 어려울 것 없다. 오이소박이나 다른 반찬들은 네가 안 먹으면 되지만 이렇게 만들어져서 나오는 것은 따로 준비해 놓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

속으로는 오이를 못 먹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소중한 고객님이기에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래서 오이를 꼭 끼워야 하는 음식을 할 경우는 따로 준비를 해 주었지만 왜 오이를 못 먹을까 이 싱그런 냄새가 왜 비린내로 느껴질까 의아한 마음은 여전하였다.

그 일이 있은 후에  비빔밥이나 쫄면 속 오이를 잘 모아서 잔반으로 가져오는 학생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비율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점점 알아차렸다.

오이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로써는 이해가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검색하는데 오이가 싫다! 는 글이 있어 눈여겨보았다. 

어린 시절 스카우트 활동으로  산을  오르는 중 담당 선생님께서 오이를 나누어 주시면서 먹으라 하셨단다.

자신은 먹지 않겠느라 하였으나 억지로 먹게 하셨고,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어 그것을 뱉어 버렸다.  

산에서 내려온 이후로 스카우트 활동을 그만두었다.

누군가에게 싱그런 냄새가 역겨운 비린내로 느껴지는 것에 대한 선생님의 무배려로 자신은 하고 싶던 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 그런 선생님과 같은 사람들이 꽤나 많고 자신처럼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꽤 많다는 이야기였다.


남편에게도 그 기사를 보여주면서 다음부터는 오이 못 먹는 학생들을 좀 더 배려해야겠다고, 오이가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른지 몰랐다고 신경 쓰자고 하였었다.

여러 학생들을 만나다 보니 보편적이지 않아 보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야채는 김치도 안 먹는 학생, 미역의 미끈한 느낌이 싫어서 못 먹는 학생도 있고 채식주의 학생도 있다.

일일이  챙겨주기는 힘들다 그래서 학생들 스스로 적당히 빼놓고 식사를 한다.

왜 안 먹어, 가끔  물어보기도 하지만  불편해 보이는 눈치면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며 모른 척한다.

의. 식. 주중 옷차림과 주거는 형태가 다양하면 개성이다, 작품이다, 형편대로 하면 되지라고 인정하면서  음식엔 편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색한 태도가 많은 것 같다.

먹는 건데 왜 못 먹느냐 까탈스럽다, 어떻게 그런 걸 먹는지 모르겠다 몬도가네냐, 풀만 먹고 힘이 나냐 종교가 뭐냐 등등하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다양한 세상에 산다. 다양성이 좀 더 인정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음식도 옷차림이나 주거의 형태 럼, 와! 그런 것도 먹어, 용감하네. 그렇게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자연도 보호되겠는걸.

미역 안 먹는 거는 보통이지, 난 김 튀각 안 먹어 꺼칠 거리거든. 이런 반응 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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