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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Mar 03. 2020

얼갈이 김치 만들기

 김장김치가 지루해질 때

신기하기도 하다.

지난주와 이번 주 날짜로 따져야 겨우 3일도 안 지났는데 공기가 다르다. 바람도 다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옷차림이 다르다. 두터운 오리털 파커는 온 간데없고 가벼운 과잠으로 바뀌어 있다. 양말을 벗어버린 맨발도 더러 눈에 띈다. 목소리도 들떠 있어  이야기 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져 있는 것 같다.

달력을 한 장 떼어버린 것이 이렇게 달라지는 이유일까.

토요일이 2월 29일 일요일이 3월 1일 하루만에 계절이 변한것 같다.


그래서 준비했다.

시장을 가면서 뭘 먹지, 뭐 상큼한 거 없을까, 아삭한 느낌의 그게 뭘까를 계속 생각하다가 봄동이 눈에 들어왔다. 봄동으로 겉절이를 할까? 아니지 겨울을 이겨낸 강인함 말고 녹아진 흙을  살짝 밀어내고  수줍게 올라오는 그런 느낌의 조금 더 봄스러운 게 좋겠다 싶다.

야채 코너를 한 바퀴 돌며 이것저것 구경하다  얼갈이배추 한 박스 들고 나왔다.

딱이다. 김장김치도 맛있지만 매일 먹으니 지루하려던 참이다.  금방 먹기는 얼갈이 배추김치 좋지, 엄마가 보내주신 들기름 넣고 비벼 먹으면 상큼하겠다는 생각만으로 벌써 입이 맛있다.


준비물 : 얼갈이 1박스 (4 킬로그램), 깐 쪽파 한주먹, 양파 1개, 채 썬 무 약간, 당근 1/4개, 마늘 1과 1/2 종이컵, 고춧가루 2 종이컵, 매실 1 종이컵, 멸치액젓 1/2 종이컵, 굵은소금 약간, 미원 반 집.

만들기: 얼갈이배추를 5~7센티 정도 길이로 자르고 찬물에 씻어 물기 충만하게 건져내다

소금을 물로 녹여 얼갈이배추를 살살 뒤적이면서 붓고 30분 정도 놓아둔다. (중간에 한번 뒤집어 준다)

얼갈이배추가 절궈지는 동안  찹쌀풀(밀가루, 전분, 쌀가루 아무거나 상관없다)을 연하게 쑤어 식힌 후에 준비된 부재료와 양념을 모두 넣고 버무려 놓는다.

양념 완성

절구워 놓은 얼갈이 배추를 찬물에 깨끗이 씻어 건져 낸다.

잘 절궈진 얼갈이 배추

얼가리 배추와 양념을 살살 버무리고 위에 통깨를 솔솔 뿌리면 완성이다.

참 쉽지요, 차~암 맛이겠죠~ 혼자서 누구누구 흉내 내며 맛있어라 맛있겠지 주문을 외우면 끝!


저녁 식사 주메뉴는 구운 고기가 차지했다.

얼갈이김치 자리는 배식대 제일 끝이다.  평소 김장김치가 있던 자리다.  학생들이 김치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한듯 하다. 식탁의 주인공이 아니니 그럴수도 있다. 당연하다.

음식을 담은 접시엔 고기가 가득이다. 간혹 몇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배식대로 가서는 김치를 더 담아간다.

ㅎㅎ 그럼 얼갈이김치는 성공한 거다.

학생들이 돌아가고 우리 가족 식사할 차례다.

나는 비빔밥용 대접에 밥과 얼갈이김치 무생채를 넣고 들기름을 반수푼을 넣고 비볐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먹는다.

맛있다. 고기보다 더 맛있다. 지루하지 않은 봄 냄새가 나서 더 맛있다.

맛있는 얼갈이 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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