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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Mar 06. 2020

상가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소도시 대학교 앞 상가는 여전히 겨울 방학

코로나 이야기는 피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는 대주제인가 보다.


한 학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해준다.

"이모 들으셨어요, 두 주 후에 강의는 시작하는데, 사이버로 2주간 강의하기로 공지가 떠서 기숙사생들은 3월 말에나 들어올 수 있데요, 그리고 원룸 사는 친구들도 아직  안 온 애들은 그때 맞춰서 내려온다네요"

에고 빨리 이 시간이 지나야 할 텐데......

우리 하숙집도 이것저것 생각하면 심란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상황이 더한 이웃 상가들을 생각하니 큰 한숨이 나며 안타깝다.

대학교 앞의 상가란 것이 학생들이 소비를 해 주어야 돌아가는 상황이다. 어떠하든지 학생들의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대학 정문과 주변이 겨울방학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산하다.  2월에 개강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이웃집 식당 언니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만도 "어떡해요" 걱정을 하면서도 두주만 참으시면 되겠구나 하였는데 다시 두 주가 더 지나야 한다니 마음이 서늘하다.

이웃의 상가엔 나보다 10살도 더 나이가 많으신 언니들이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다. 마음이 너그러우신 분들이라 늘 의지를 한다. 밥이 부족하면 제집처럼 식당의 뒷문으로 들어가서 공깃밥을 가져다 먹곤 하였다.  어제도 이 부족해서 같은 방법으로 공깃밥을 얻어왔고 오늘 새로 밥을 지어 반환을 하러 갔더니 저장고의 세 칸 중 한 칸도 다 준비하지 않으셨다. 해 놓아야 찬밥 되니 어쩔 수 없다고 말씀은 웃으며 하시는데 낯빛에 염려가 서려있다. "그런데요 언니, 아이들이 3월 말에나 온다네요. 두 주는 사이버 강의로 진행돼서 저희도 매식 취소하는 학생들이 생겼어요" 말씀을 전하면서 괜히 죄스럽다.

에고.... 언니의 웃음기가 사라지고 한숨이 식당 안을 채운다.

매년 이 맘 때쯤엔 이웃 식당들은 시끌벅적하다.  신입생 환영회다 뭐다 새 학기의 열기로 상가 주변엔 젊은 에너지로 후끈거렸다. 저녁 시간대엔 박수 소리와 간간히 과의 이름을 외치는 구호도 들렸었는데......

4월에 시작을 한다 해도 3월의 부산스러움을 기대할 수 없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무언가 잃어버린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허전하고 섭섭하다.

어서 사태가 진정되어야 하는데, 겨울바람 부는 상가에 봄이 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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