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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이모 May 25. 2020

한우 보다  랍스터

랍스터 버터 치즈 구이

주말 연속 자식들의 효도를 받고 있다. 지난 주 둘째아들이 다녀가고 이번주엔 큰아들이 그동안 미루어왔던 휴가를 받아 집에 왔다. 효도 라야 별게 아닌 그저 같이 놀면서 맛있는 거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못 먹고사는 때도 아니건만 맛있는것 먹이고 싶어 뭐 먹고 싶은 게 있는지를 물어본다.


해주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1. 2. 3으로 예시를 들어보란다.  1, 한우 먹을까?  좋아요, 그런데 2번은 뭔데요. 2, 사브 샤브 먹을까? 아니요, 그건 별로다, 혹시 샤브샤브 엄마가 먹고 싶으신 건 아닐까? 엄마가 먹고 싶은거면 먹고요. 아니야 그냥 생각나서 물어봤어. 그럼 2번은 없던 거로 하고 다시 2번은 뭘까요? 음! 잠시 생각해 볼게. 에이 우리 엄마 예시가 두 가지만 있으신 거야, 혹시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은 아닌 거죠, 난 엄마가 뭘 해줄까 고민하시길래 갑각류라도 생각해주실 줄 알았죠~, 그럼 2번 랍스터 치즈 버터 구이 먹을까? 와~그거 정말 좋네요 3번은 말씀 안 하셔도 돼요


맞다. 큰아들은 갑각류를 좋아한다. 새우 꽃게 랍스터 등을 좋아한다. 좋은 음식은 그저 한우가 최고인 줄 알고 있는 내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미처 말하지 못한거다


예전에 TV 드라마 같은 곳에서 보면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선남선녀가 우아하게 랍스터 먹는 모습을 보며 랍스터는 퍽이나  대단한 음식이라 우리 같은 서민층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랍스터는 조금 흔한 듯하다. 고급지지도 않고 구하기도 쉽거니와 만들어 먹기는 더욱 쉽다. 케나다산 자숙 랍스터 한 마리에 보통 1만 원 정도면 살 수 있기에 한우를 먹든지 샤브샤브를 먹으러 간다든지 하는 값이나 비슷비슷하게 든다. 즐겁게 마트에 가서  랍스터 9마리 1박스를 구입하고 치즈와 버터도 샀다. 그리고 샤브샤브용 소고기도 샀다.


아들은 휴가를 받자마자 쉬지도 않고 3시간가량 운전하여 자정을 훨씬 넘겨 집에 도착해 늦잠을 잔다. 늦은 시간에 운전하는 것이 안쓰러워 숙소에서 쉬었다 오지 그냥 집으로 온다고 걱정을 하면 빨리 집에 오고 싶다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한다. 그럼 난 푹 쉬라고 집에 오면 마음껏 쉬라 한다. 그렇게 늦게까지 마음껏  쉬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원룸 식당으로 막내와 함께 오라 하고는 랍스터 버터 치즈구이를 준비한다.


랍스터 버터구이 만들기

준비물: 자숙 냉동 랍스터 9마리, 모짤렐라 듬뿍, 버터 듬뿍, 다진 마늘 약간

이미 익혀져 있는 냉동 랍스터를 칫솔로 깨끗이 씻어 찜솥에 다시 쪄낸다. 한 번에 다 찔 수 없어 두 번으로 나눈다. 집게는 떼어서 따로 놓아둔다. 버터 듬뿍과 마늘 약간을 섞어 전자레인지에 녹여준다. 꼬리 부분의 얇은 껍질을 벗겨내고 가위로 몸통 쪽을 반으로 가른 후 녹인 마늘 버터와 치즈를 듬뿍(버터와 치즈를 무척 좋아하는 큰아들 별명은 버터왕자, 그래서 최대한 듬뿍) 올린 후 파슬리를 뿌리고 200도 온도로 가열해둔 오븐에 10분간 구워주면 랍스터 마늘 버터 치즈 구이 완성이다. 오븐이 작아서 한 번에 3마리씩 넣을 수 있으므로 이 일을 3번 반복했다.

랍스터 치즈 버터 구이


랍스터는 보기보다 먹을 것이 별로 없다. 9마리 랍스터 치즈버터구이를 만들어도 워낙이 덩치가 좋고 잘 먹는 아들들이어서 넉넉하게 잘 먹여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집게손 몇 개를 남겨 살을 분리해 볶음밥을 만들었다. 양파와 당근 양배추를 잘게 썰어 버터에 볶다가 밥과 랍스터를 넣고 진간장과 굴소스로 간을 맞추면서 다시 볶아준다. 맛있는 볶음밥이 만들어질 즈음 치즈를 듬뿍 올리고 불을 약하게 놓아두었다가 치즈가 녹아지면 불을 끄면 된다. 이것도 오븐에 구우면 모양도 더 이쁘고 더 맛있겠지만 오븐은 랍스터 치즈 버터구이가 차지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  


랍스터 치즈 볶음밥

점심을 맛있게 잘 먹고 나서  저녁에 한우 샤브샤브도 해 먹자고 했더니,

역시 엄마가 샤브샤브 드시고 싶었던 거였어, 아니야 그것도 먹고 싶을까 봐 물어본 거야.


숟가락 놓자마자 저녁은 또 뭐 해 먹을까로 한바탕 웃음이다. 자식들이랑 맛있는 것 먹고 즐겁게 웃으면 그저 행복하다. 효도받는 일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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