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근 Jun 06. 2023

애플의 혼합현실 비전프로, 일단 나와줘서 고마워

조금은 실망스러운 외관, 성능은 아직 미지수, 실내에서만?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현지 시간에 맞춰 라이브로 본 적이 없는 나인데 2023년 애플의 개발자 콘퍼런스 WWDC를 라이브로 보기 위해 치킨을 시켰다. 애플이 이번 WWDC에서 자사의 야심 찬 신제품, MR 헤드셋 공개를 예정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바로 비전프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급격하게 성장한 메타버스 시장, 특히 그중에서도 VR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FACEBOOK은 META로 이름을 바꾸고 Oculus 헤드셋을 전략적으로 홍보했지만 결국 불어나는 손실에 주가가 폭락했고 1만 명 이상이 해고되었다. 2022년 초까지 우후죽순 생겨났던 부실한 VR을 필두로 한 메타버스 기업들이 AI가 뜨기 시작하자 투자줄이 말라버리고 업계에서 조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모두가 VR에 주목할 때 VR에 흥미를 느끼거나 의미부여를 하지 못했고 오히려 AR의 기동성에 기반한 대중적 가능성을 보고 AR을 선택했다. 새로운 정보의 시각화 방식이 방구석 공간에 한정되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증강현실은 가상현실과 다르게 정보 시각화의 가능성을 현실 공간 어디든지 내 눈앞에 당장 열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VR을 필두로 한 메타버스 산업 실패의 반대급부로 증강현실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 이때 AR이 VR 보다 미래가치가 있다고 분석한 아티클의 대부분에서 내가 가상현실이 아닌 증강현실을 선택한 이유들이 중요하게 언급되곤 했다.


VR 업계에선 META의 Oculus 시리즈나 플레이스테이션 VR 같은 성능 좋은 HMD(Head Mounted Display) 디바이스의 대중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반면 안타깝게도 증강현실 분야는 아직 제대로 된 전용 디바이스가 시장에 보편화되지 못했다.


nreal AR 글라스



최근 엔리얼이라는 저가형 AR 글라스가 겉으로 보았을 땐 선글라스와 다를 게 없어 밖에서 쓰고 돌아다닐 수 있는 유일한 AR기기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엔리얼이 스마트폰과 무조건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고 콘텐츠 개발 환경이나 그 품질에 이슈가 많아 아직은 대중화되진 못했다.


스마트폰 연결이 필요 없고 자체 AR 전용 OS를 탑재해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했다는 디바이스들도 개발이 중단되거나 판매를 중단해 버렸기에 AR 대중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실제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Google, Glass

구글에서 첫 대중적인 AR 기기로 구글 글라스를 선보였으나 NERD 스럽고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착용 모습 때문에 GLASS HOLE이라고 놀림받다가 산업용으로 전락해 버렸다. 2023년 올해 초, 구글에서 1만 명이 넘는 직원의 정리해고가 있었으며 구글의 첫 AR 디바이스 구글글라스가 공식적으로 판매 중지됐다. 구글은 2023년 9월 이후엔 더 이상 구글 글라스에 대한 고객 지원도 없을 것임을 알렸다.



Mircosoft, HOLO LENS2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디바이스 홀로렌즈는 홀로렌즈 2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기술적으로 진보되지 못하고 있다가 홀로렌즈 사업부 감원 및 사업 중단 소식이 업계에 퍼졌다. 이 밖에 많은 기기들이 안경 형태와 VR 고글의 중간형태로 등장했으나 기술적이나 디자인적으로 시기상조라 여겨져 시장을 독보적으로 장악한 기기가 아직 나오지 못했다.



애플, 넌 포기하지 않았구나!


이런 와중에 애플이 고성능 M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애플의 최고급 MR 헤드셋 발표는 침체된 가상현실 산업에 다시 불을 지펴줄 수 있는 유일한 이벤트, 향후 AR 업계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중요한 역사적 이벤트다.


매년 실사용자가 늘질 않는 증강현실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내 커리어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증강현실 탈출해야하 하는 것인가 머리를 벽에 부딪히던 와중 2023년, 갑자기 증강현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국내에선 정말 열악한 AR 분야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증강현실 프로덕트 기획자로서 애플이 신작 MR 헤드셋을 망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애플의 MR 헤드셋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죽어가는 국내 AR 스타트업이 MR 헤드셋 낙수 효과로라도 계속 생존하고 내 커리어도 생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무조건적인 찬사 없이 진짜 증강현실 세상을 바라는 사람의 냉정한 시각으로 이번 발표를 보려한다.


이미 애플이 MR 디바이스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 자체가 시장에 파급력이 있었다. 앞서 5월에 있었던 구글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에서는 인공지능과 함께 증강현실이 중요하게 다루어졌고 삼성과 증강현실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기존에 VR 세상을 외치던 META는 VR뿐 아니라 AR까지 지원하는 MR헤드셋 퀘스트 3 개발 소식을 애플의 WWDC MR헤드셋 발표에 앞서 기습 공개했다. 거기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 2023(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대륙의 실수, Xiaomi도 Nreal 과 같은 선글라스 형태지만 Wireless, 무선 AR 글래스의 데모영상과 프로토타입을 발표했다.



애플이 만든 기기는 다르겠지..!


스마트폰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 아이폰이 스마트폰을 대중화하며 우리 삶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맥북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노트북이며 스타벅스에서 맥북을 꺼내놓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아무도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려 하지 않을 때 Apple Watch의 출시로 스마트 워치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사람들의 아웃도어 활동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었다. 줄 없는 이어폰을 기본으로 제공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다. 그러나 이제는 줄 이어폰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에어팟을 기점으로 삼성에서는 이어 버즈를 출시하는 등 무선 이어폰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 애플이 MR 헤드셋을 출시한다면 모두가 애플 디자인의 헤드셋을 거부감 없이 쓰기 시작해 AR이 정말로 영화처럼 대중화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기 마련인가. 우리 시각으로 새벽 2시부터 시작한 WWDC 오프닝 키노트에서 MR 헤드셋이 공개되기 전 1시간 넘게 기존 애플 라인업에 대한 업데이트 및 신제품 라인업 발표를 인내하기란 쉽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라이브로 진행하는 오프닝이 시작한 지 무려 90분이 넘어간 그때 드디어 애플의 CEO 팀쿡이 "But we do have, One. more. thing..."이라 말하며 애플의 MR(Mixed Reality, AR+VR) 헤드셋을 최초로 공개했다.


"증강현실은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현실세계에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해 전에 없던 경험을 선사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드디어 혁신적인 새 제품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AR 플랫폼을 소개하게 되어 무척 흥분됩니다!"  


그리고 그 제품은 바로...





Vision Pro, 3499 달러부터 시작.

비전프로, 애플이 개발한 첫 MR 헤드셋,


I believe that aumented reality is a profound technology. Blending digital content with the real world, can unlock experiences like nothing we've ever seen. So today I'm excited to announce an entirely new AR platform with a revolutionaty new product.

And here it is....



두둥...?



Design

스포틱해보이지만 둔하고 연약해


AR이 지원되는 MR 헤드셋의 특성상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처럼 See-through 스크린을 사용했지만 형태는 VR 헤드셋처럼 뚱뚱한 스키고글 형태이다. 렌즈의 강조된 곡률 때문에 여타 VR 헤드셋보다 뚱뚱한 볼륨감이 더 강조되어 버려 시각적으로 상당히 무거워 보인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아이폰, 애플워치의 프레임 디자인과 논리가 같다. 구부린 아이폰 프로 맥스 같은 느낌으로 전면 글라스와 프레임이 매끄럽게 곡선으로 이어졌다는 걸 강조했다. 기존 애플 기기와 디자인 맥락이 세부적으로 일치해 보이는지 아닌지 얼마나 매끄러운지 사실 나에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저걸 밖에서 쓰고 돌아다닐 수 있느냐이다.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융합버전이라 느낀게 헤어밴드 때문이었다. 밴드의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굉장히 크고 투박한 VR기기 같은 헤어 밴드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애플 워치처럼 밴드 교체가 가능했다. 비전프로의 밴드 부분이 너무 오큘러스에서 외장배터리만 쏙 빠진 느낌 같고 세안 밴드 같아서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커스터마이징 밴드 시장이 새로 형성된다면 또 모를 일이다.


콘텐츠/ 유즈케이스(Usecase)

VR 경험과 큰 차이가 없는 실내 위주의 제한적 경험


안타깝게도 이번 애플의 발표에는 비전프로를 착용한 야외 활동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집, 사무실, 비행기 기내등 실내에서 사용하는 예를 단편적으로 보여주었고 집에서 사무실, 사무실에서 비행기로 이동할 때 우리 생활 동선을 따라 기기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현실 공간에서 사용되는지 볼 수 없었다.


 기존 VR 기기와 비교해서 특별할 게 없는 유즈케이스

그런데 굳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쓰고 돌아다닐 수 없어 보인다. 이건 MR기기이지만 AR이 강조된 만큼  중대한 실수라 생각한다.


VR 기기의 특성상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한 실내 공간에서만 사용하는 게 적합하다. AR은 주변 환경과 가상 콘텐츠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디바이스가 공간의 한계를 넓혀줄 수록 AR의 무대도 그만큼 넓어진다. 포켓몬고의 증강현실을 전세계 어디에서나 움직이며 경험할 수 있는 이유는 공간의 한계가 거의 없는 스마트폰의 휴대성 덕분이다.



답답한 기기 사용성

AR이 자유롭게 현실 공간과 함께하려면 아직 멀었구나


MR이란 Mixed Reality 라는 뜻으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혼합한 혼합현실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Meta의 Oculus Quest Pro 같은 VR 기기들은 오로지 가상현실 경험만 지원한다. 가상 현실은 실제 현실과 멀어질 수록 몰입감있다. 그래서 대부분 VR 기기들은 최대한 주변현실을 차단하는데 집중한다. 기기들을 보면 마치 거대한 눈가리개 처럼 생겼고 주변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암막효과가 좋을 수록 성능이 좋다.


물론 VR기기들도 특수한 경우에 카메라를 통해 내 주변 360도를 보여주지만 맨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성능이 좀 떨어지는 CCTV로 주변 환경을 관찰하는 수준이라 주변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디바이스를 벗어야 한다.


완전히 가려진 시야, SONY 플레이스테이션 VR


반대로 AR, 증강현실은 현실 공간을 내 눈으로 실시간으로 보면서 가상의 컨텐츠와 상호작용하기에 AR 디바이스를 착용하면 안경을 쓴 것 처럼 실제 내 시야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 방법에 따라 실제론 눈이 가려져 있지만 내가 눈으로 보는 것과 똑같이 느끼도록 실시간 영상을 쏴주는 경우도 있다.  


또 AR기기는 VR기기와 달리 실시간으로 현실 공간의 사물을 분석해내야하는 역동적인 카메라 비전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나이언틱의 포켓몬고나 신작 페리도트를 떠올려보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분석한 현실 공간 속에 포켓몬과 귀여운 도트들이 실시간으로 증강된다. 증강현실 덕분에 우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현실공간에서의 경험을 실제로 확장할 수 있다.  애플의 비전프로도 그러한 카메라 비전기술 덕분에 실시간으로 증강된 컨텐츠의 그림자를 주변 지형에 맞게 렌더링 해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스마트폰 대신 제대로된 AR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헤드셋 형태의 MR기기다. 착용하고 실내뿐 아니라 야외에서, 걸어가면서 실시간으로 증강현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애플이 보여준 영상 속에는 영화 보기, 노트북 스크린 확장하기, 게임하기, 사진 보기 등  기존 VR 기기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MR 기기다운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실제 스키 고글처럼 머리 위에 얹어 놓았다가 필요시 눌러 쓰는 비전프로의 연출, 화장이 고민되겠다.


비행기 기내 연출에서는 고글을 머리 위에 얹어놓다가 다시 눌러쓰던데 이건 VR기기의 유저경험에서 변화가 전혀 없는, MR기기 경험 답지 못한 디자인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우리도 선글라스를 필요에 따라 썼다 벗엇다하는데 엔리얼처럼 완전 안경 형태가 아닌 형태에서도 이런 자연스러운 연출을 이전의 마이크로소프 홀로렌즈가 잘 구현한것 같다.


간단하게 전면부가 덮개처럼 열고 닫히는 구조의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이런 관점에서 완전히 무선이면서 퀄컴 스냅드래곤을 장착한 선글라스 형태의 샤오미 AR 글래스가 굉장히 위협적이다. 만약 진짜 대륙의 실수로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된다면 삼성,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한 것처럼 증강현실 디바이스는 중국이 독점할지도 모를 일이다.


2023년 프로토타입으로 공개한 대륙의 실수, 샤오미 글래스형 AR 디바이스. 완전 무선이다.



렌즈

웃긴데 똑똑해 보이기도 하고 근데 너무 약해


렌더링 이미지를 봤을 때는 물음표가 하나 정도 떴다면 실 착용 영상을 보고 물음표가 더 늘어나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애플의 MR헤드셋이 제2의 GLASSHOLE이 될까 봐 걱정이 우선 되었다. 뭔가 프리다이빙용 물안경을 쓰고선 만우절 농담하는 느낌이다. 갑자기 META 퀘스트3가 착용했을 때 더 미래적이고 멋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당신을 보고 있어요, 물이 차오르지 않음.
앱 사용 중이에요, 물이 조금 차오름
물이 완전히 차올라서 물아일체임. 완전 집중 중이에요


그렇지만 역시나 애플의 비전프로답게 사용자 경험에 대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보기에는 뭔가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정말로 우스꽝스럽긴 하다. 그래도 내 현재 상태에 따라 렌즈의 불투명도가 조절되는 부분은 독립적인 환경을 구성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내 상태를 인지하게 해주는 좋은 세심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또 일반 렌즈가 아닌 렌티큘러를 사용하여 각도에 따라 시선처리가 가능한 점도 신선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면의 글라스가 충격에 취약할 것임을 우려했는데 아쉽게도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을 해소시켜줄 멘트는 없었다. 실제로 아이폰이 케이스가 잘 팔리는 이유중 하나가 깨지기 쉬운 액정 때문인데 애플의 비전프로 렌즈 역시 취약성이 다를 것 같지 않다.


비전프로 아빠만 써..? 미안하다. 확실히 500만원짜리 깨지기 쉬운 디바이스를 어린 자녀에게 씌워줄 순 없지 않겠나


500만원에 육박하는 기기를 사서 렌즈가 깨졌을 시 어떻게 보상해줄지 참으로 걱정된다. 평평한 아이폰 액정과 달리 첨단 기술이 접목된 렌티큘러 렌즈에 대한 보상 정책이 잘 마련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선 아직 설명이 부족하다.


렌티큘러를 사용한 커뮤니케이선 경험 전달




조작

시선과 핸드 제스처의 스마트한 결합


사람은 두 손이 온전히 자유로울 때 가장 실제와 같은 증강현실 경험이 가능하다. 가상의 물건을 집는다거나 가리킨다거나 물건을 늘린다거나 할 때 일상생활과 똑같은 제스처를 취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메타 퀘스트가 MR기기임에도 여전히 오큘러스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반면 애플의 비전프로는 두 손이 완전히 자유롭다.


가상 오브젝트는 구글글라스처럼 내 시선을 추적해 활성화가 가능하다. 핸드 제스처만으로는 실제로 어떤 오브젝트를 선택하는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바라보는 대상이 어떤건지 추가적으로 시선 정보를

활용해 인터렉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 최근 AR 업계의 트렌드가 되었다.


활성화된 가상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기 위해선 실제 일상생활에서 물건과 상호작용 하는 경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같은데 홀로렌즈와 비교해 얼마나 더 조작이 정확하면서 쉽고 간편할지는 미지수다. 부가적으로 비전프로는 게임 컨트롤러와 같이 연계해서 쓸 수 있어 더 편리할 것 같다.


시선 추적
양손 사용 가능
시선 추적 및 핸드 제스쳐 사용



 

기동성

없음


외장 배터리를 연결해도 2시간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질럿같은 느낌인데 배터리를 탄알집처럼 몸에 두르고 다니지 않는 이상 사실상 비전프로도 기존 VR기기처럼 실내에서만 전원에 의존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비전프로를 쓰고 야외에서 포켓몬고 같은 게임을 할 수 있기까지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어차피 배터리도 크지 않아 보이던데 기존 VR기기, MS의 홀로렌즈보다 뚱뚱한 주제에 그냥 배터리도 디바이스에 장착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은데…


어쨌든 내가 악세서리 포함 6-70만원 하는 애플워치를 사지 않고 가민(Garmin) 30-40만원 짜리 스마워치를 산 이유가 배터리 때문이었던 만큼 만약 메타 퀘스트3가 기존 VR기기 시리즈 처럼 부착형 외장 배터리를 강화한다면 600만원짜리 애플 비전프로를 포기하는건 어렵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최대 2시간 지속되는 유선 배터리




기술력

어쨌든 성능 좋음


새로운 M2칩과 더불어 R1칩이 장착되었다고 한다. 나는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 전문가라 애플의 실리콘이 탑재되었고 M2 PRO니 M2 MAX니 이런 부분에 대해선 그냥 다른 기기보다 성능이 좋다는 이야기이구나 이상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다른 어떤 기기보다 선명하게 보이며 끊기지 않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받아들였는데 이건 실제 써봐야 알것 같다.


기존의 홀로렌즈 시리즈들은 그 렌즈 기술 특성상 콘텐츠를 선명하게 볼 수 없었던 단점이 있고 VR 헤드셋들은 콘텐츠의 화질이 적당했어도 빛을 차단하지 못한다거나 4K를 볼 수 없다거나 초점이 잘 안 잡히는 문제가 있었다. 비전프로가 어느 각도에서 봐도 선명한 4K 이상의 화질을 유지한다니 그 부분에서는 기대가 된다.


새로 출시한 M2칩과 MR렌더링을 해줄 R1 칩



사운드

기대되는 진정한 공간 분석 음향


사운드 부분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웠다. 보통 AR 콘텐츠에서 시각적인 표현 때문에 주변 환경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주변 지형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가상 콘텐츠가 배치되고 상호작용된다.


그런데 애플 비전 프로는 사운드까지 주변 지형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사람이 어떤 것이 사실적이다라고 판단할 때 시각 다음으로 청각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나 공간감이 중요한 MR 콘텐츠에서 실시간 지형분석에 기반한 공간 음향이 지원된다는 것은 콘텐츠 몰입감을 실제와 같이 증폭시켜줄 수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

  

공간 음향 지원



결론

음…그냥 짤이 하나 생각나서 슬프지만 응원하고 싶은 애매한 느낌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배터리 문제도 있고 외관상 문제도 있고 분명 밖에서 쓰고 다니진 못할 것 같다. 애플의 비전프로 뿐 아니라 MR 헤드셋 자체에 대해서 소비자 진입장벽을 먼저 허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번 WWDC가 전체적으로 대중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다. 영상 내내 AI같이 과장된 미소의 인물들,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부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아일랜드 같은 느낌의 배경들, 모든 연출이 조금씩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며 스타벅스에 라떼 4000잔을 주문하려 하자 박장대소가 터지는 그런 호흡이 그리워지는 WWDC 오프닝이었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용인할 수준의 가격에 내놓아 대중의 마음을 열었듯이 MR 헤드셋에 대해서도 초기에는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스마트폰과 같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증강현실 분야의 전용 디바이스가 아직 이 분야에 팬이 생기기도 전에 하이엔드 PC 한 채 가격과 기동성이 떨어지는 제한적인 모습으로 출시가 되어 많이 아쉽다.


실제로 혼합현실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도 비싼 애플 비전프로 구매하기 보다는 훨씬 저렴한 메타 퀘스트3나 엔리얼등의 가볍고 가성비 있는 기기를 입문으로 먼저 구매하려는 수요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애플에서 증강현실을 입 밖으로 꺼내고 비싼 기기도 만들어줘서 대중에게 증강현실이 진짜 트렌드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 것은 정말 긍정적이다. 입문자가 많이 생기면서 점점 사용자 경험이 차별점인 애플 기기로 넘어갈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 비전 프로에 대해 조금 찝찝하지만 그래도 애플이 증강현실을 포기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진짜..? (SSU 해난구조대 지옥훈련을 담은 TV 다큐멘터리, 물이 채워진 물안경을 쓰고 밥을 먹는 훈련중)

 


 






매거진의 이전글 Field Trip, 나이언틱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