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근 Jun 17. 2023

인그레스,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 공식의 완성 2  

WebAR 프로덕트 오너의 AR 이야기 - Niantic 6부



"내가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 - 2014년 1월, E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방송 중


만약 나이언틱의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을 접했다면 어땠을까. 사람은 컴퓨터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세상, 저 밖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Niantic의 휴머니즘 증강현실, Ingress.




밖에서 같이 놀자

소셜링, 포탈을 점령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간 사람들, 아니 Agent(요원)들의 만남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이 가장 흥미로운 점은 플레이어가 현실 세계에서 직접 모험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온라인 MMORPG 게임의 경우엔 그냥 마우스 클릭으로 여기저기 이동하면 실시간으로 접속한 유저들의 캐릭터를 게임 속에서 만나게 되지만 Ingress의 경우 게임을 하다가 게임 속 다른 유저의 캐릭터를 만나는 게 아니라 실제 유저, 진짜 사람을 현실 길거리 위에서 마주치게 된다. Ingress에서는 개별 플레이어를 Agent라고 부른다.


인그레스의 오프라인 이벤트 중 하나인 First Saturday에서 함께 모험을 떠나는 Agent들, 출처: Ingress


글을 쓰는 2023년 6월 현재,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Enlightend 인 게 분명한 게 서울대학교를 기점으로 서울대입구역까지의 포탈이 모두 초록색 영역, Enlightend 세력권이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다. 나는 파란색 팀인 Resistance를 선택했는데 내가 거주하는 곳 주변은 이 두 세력이 만나는 경계, 마치 DMZ 같은 지역이 형성되어 있다. 전날 내가 집 주변 랜드마크인 교회와 태권도장, 동네 시장입구를 점령하고 뿌듯한 마음에 잠들면 다음날 곧바로 적이 내 포탈을 공격하고 탈취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점령하려면 당연히 Ingress를 켜고 동네 교회 건물로, 태권도장 앞으로, 동네 시장입구로 직접 걸어가야 한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적이 빼앗은 내 포탈을 되찾으려 집 앞 태권도장 앞으로 나가다가 포탈 위치에 도착해 문득 주변을 경계하는 나를 발견했다. 왠지 마찬가지로 Ingress를 켜고 내가 포탈을 탈취하는 걸 방해하려고 적 플레이어도 현장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진짜로 스마트폰을 들고 한 사람이 주변을 서성대고 있었는데 혹시... 인그레스 하세요? 하고 물어볼 뻔했다.


지금도 우리 집 근처 포탈들은 마치 영화 고지전 마냥 뺏고 빼앗기고 다시 빼앗는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 한 번도 적을 마주치진 못했는데 마주치면 과연 어떻게 제압할지 늘 시뮬레이션해본다. 농담이고 만나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같은 게임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적을 만나도 반가울 텐데 우리 편을 만나면 얼마나 더 반가울까?


내가 점령했다 또 빼앗긴 집 앞 태권도장의 포탈, 그리고 뺏고 뺏기는 휴전선 전투 같은 우리 집 주변의 형세






모이면 더 강해지는 Ingress


실제로 Ingress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현실에서 모이게 하기 위해 같은 편이 한 장소에 모이면 모일수록 포탈 탈취 및 아이템 획득이 더 유리해지는 협력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나의 포탈에는 8개의 빈 슬롯이 있다. 이 슬롯에 '레저네이터'라는 걸 배치하면 포탈을 탈취하게 된다. 보드게임에서 내가 차지하려는 땅에 우리 편 게임말을 놓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한 포탈에 게임말은 총 8개까지 놓을 수 있다. 내가 혼자서 8개를 다 놔도 되고 단 1개만 놔도 포탈은 우리 세력으로 넘어온다. 만약 상대편 말(레저네이터)이 놓여있다면 그 포탈은 상대편 포탈이므로 내 말을 놓을 수가 없다. 내 말을 놓으려면 우선 상대편 말을 공격하고 파괴해서 포탈을 빈 슬롯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중립화).


이때 내가 한 포탈에 놓을 수 있는 강력한 게임말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혼자서는 8칸에 가장 센 말로만 꽉 채워 배치할 수가 없다. 그런데 만약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포탈을 점령하면 8칸 모두 가장 강력한 게임말을 배치할 수 있다. 이러면 적이 우리 포탈을 공격해 빼앗기 어려진다. 마찬가지로 나 혼자서 적 포탈을 탈취하려면 꽤나 많은 공격 아이템과 시간을 들여 적 말을 파괴해야 하는데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라면 빠르게 적 포탈을 점령한 말들을 파괴하고 적 포탈을 쉽게 빼앗을 수 있다.


나 혼자 점령한 포탈의 레벨엔 한계가 있지만 여러 명이 함께 포탈을 점령하면 최고 레벨인 8 레벨 포탈을 만들 수 있다.







싸우지 말고 같이 놀자, Field Art


1차 세계 대전중 크리스마스 정전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ël / Merry Christmas, 2005)를 굉장히 좋아한다.


명령에 따라 서로를 죽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던 군인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각국의 합의하에 포격을 멈추고 총을 내려놓으면서 전투를 잠시 멈추게 되었다.  그러다 군인들은 서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같이 술도 마시고 노래도 하고 축구도 하다가 결국 서로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재밌게도 1차 세계 대전의 크리스마스 정전처럼 인그레스에서도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구분되는 영역 표시 그래픽을 활용해 서로 다른 진영의 플레이어, 요원들이 함께 놀면서 Field Art를 생성하기도 한다.


Google에 Ingress Field Art를 검색하면 재밌는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적군과 협력해 만든 낭만적인 Field Art들


인그레스에서는 두 개의 포탈끼리 선으로 이을 수 있고(Link) 세 개의 포탈이 삼각형으로 연결되면 Field가 형성된다. 이 삼각형의 Field는 해당 진영의 색상으로 채워지는데 이를 서로가 재미나게 활용한 게 인그레스 Field Art이다.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지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리기도 하고 할로윈을 기념해 호박 모양을 그리기도 한다.


Ingress 유저들은 하트같이 단순한 도형부터 굉장히 정교하고 복잡한 그림까지 그려내고 있는데 이를 개별적인 플레이어가 독립적으로 계산해서 포탈을 점령해 나가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같은 편을 넘어서 서로의 진영 간 반드시 대규모의 조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특정한 날 모여서 기념비적인 Field Art를 형성하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일은 Ingress 유저들 스스로 만들어낸 또 다른 재미난 증강현실이라 할 수 있겠다.






적극적이고 정기적인 오프라인 이벤트 유치


전 세계를 무대로 Ingress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7종의 오프라인 이벤트


이런 시스템은 실제로 잘 동작해 전 세계에 수많은 Ingress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의 커뮤니티가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와 다른 점은, 키보드로 각자 방구석에서 익명으로 소통하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와 다르게 Ingree 커뮤니티는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함께 만나 포탈을 지키고 점령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것이다.


Niantic은 실제로 플레이어들이 현실 공간에서 함께 만나 소통하고 협력하며 Ingress를 플레이하기를 바랐기에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협동 플레이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고 출시한 지 10년이 지난 2023년 현재까지도 7종의 오프라인 이벤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Ingress의 오프라인 행사 중 하나인 ANOMALY에 모인 사람들





Niantic Community day

Meet you out there


포켓몬고의 Community Day 행사


Ingress에서 시작된 이런 지역 기반 이벤트들은 이후의 Niantic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들에서도 가장 중요한 콘텐츠가 되었다. Ingress의 오프라인 이벤트뿐 아니라 Pokemon GO, Pikmin bloom 등 나이언틱의 게임별 오프라인 이벤트를 종합적으로 Niantic Community Day 플랫폼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Niantic Community Day는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되는데 대한민국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7년 송파구에서 개최된 Ingress의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무려 1만 명 이상이 모인 사례가 있다. 심지어 송파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Niantic과 협약을 맺고 행사를 유치하고 홍보하고 롯데월드타워가 공식 후원했다.  




 Meet you out there


Niantic의 Community Day 슬로건이다. Ingress를 시작으로 공식화된 Niantic 위치기반 증강현실 게임은 방구석에 있는 사람들을 실제로 바깥으로 나가게 만들어주었으며 이제는 증강현실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현실에서 만나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Meet you out there, Niantic 광고, 출처 나이언틱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HljcLVXAxAU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